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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멋있는 ‘고시볼’로 한과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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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과는 예쁘지 않으면 용서가 안 돼요. 맛도 중요하지만 멋을 놓칠 수 없거든요.”

심영숙 대표가 개발한 한과 ‘고시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교동한과 제공]

10년 넘게 한과를 만들어온 심영숙(56) 교동한과 대표의 말이다. 그는 “전통이 깃든 식품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식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쁜 한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싶은 게 필생의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과 수출과 세계화를 겨냥해 최근 1년 반 이상 공들인 천연 발효 과자인 ‘고시볼’을 개발했다. 이름은 전통의 ‘고시래’ 풍속에서 따왔다. “잡귀를 쫓고 풍작을 기원한다는 이유로 음식을 먹을 때 조금 떼어 주변에 뿌리는 풍속인 ‘고시래’에 작은 공 모양이라 영어의 볼(ball)을 합친 이름이에요. 외국인들에게 내놓을 때 ‘고시래’의 의미도 설명하면 재미도 더하고 우리의 전통도 알릴 수 있겠지요.”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인데, 찹쌀 바탕에 동결건조한 천연재료로 만든 고물을 알록달록 입혔다. 딸기의 분홍빛에서부터 대추의 황금빛, 금귤의 노란색까지, 우선 눈이 즐겁다. 게다가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사르르 녹는다. 심 대표는 “찹쌀을 열흘 이상 발효한 것이기 때문에 소화건강에 좋다”고 소개했다.

“비빔밥이 기내식으로 성공했잖아요. 그 옆에 과일 같은 흔한 디저트가 아니라 이렇게 먹기도 편하고 모양도 좋은 한과를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후식으로도 좋고, 이미 드셔본 분들은 와인 안주로도 좋겠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 정부에서 한식 세계화의 첨병으로 김치·떡볶이·비빔밥·전통술 등 네 가지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한과가 빠져서 섭섭했어요. 하지만, 이제라도 더 열심히 박차를 가해서 인정을 받아야지요.”

그는 특히 선물용 한과에 주력하고 있다. “선물은 어떤 분께 어떤 목적으로 드리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필요하지요. 가지고 다니기도 편해야 하고, 또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것이면 더욱 좋지요. 그런 점에서 가볍고 예쁘고 몸에도 좋은 한과는 좋은 선물감이라고 생각해요.”

한과의 아름다운 모양에 걸맞은 포장에 대해서도 무척 신경쓰고 있다. 그는 시간만 나면 예쁘게 포장하는 법을 궁리한다. 그 결과 교동한과는 포장 관련 특허도 몇 개 가지고 있다.

“일본의 선물용 과자를 볼 때마다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얄미울 정도로 포장이 예쁘고 종류도 지역별로 다양해서 받는 사람들이 감탄할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 한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봐요. 머지 않아 일본인이며 세계인들이 한과를 선물로 사들고 가는 모습을 그려봐요. 그러면 막 신이 나 잠이 안 올 정도지요.”

심 대표는 무역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을 내조하다가 외국 손님들에게 선물할 거리가 마땅치 않자 스스로 한과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매출은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인터뷰를 하던 날도 그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는 주문 전화가 이어졌다. 아무 곳에나 점포를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대형마트나 백화점 측에서 거꾸로 그에게 입점을 부탁하는 일도 가끔 있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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