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간접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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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른 아침 출근길 상쾌한 공기,
하지만 앞서 걷는 이가 내뿜은
담배연기가 얼굴을 덮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내뿜는 그의 뒤통수가
얄밉게만 보입니다.

저도 과거엔 남들 생각 않고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워 물었지요.

길거리를 걸으면서
담배연기 뿜어대고
그냥 재 터는 건 당연.

"권력형 흡연"이라고
부하 직원이 핀잔 줘도
이거 없으면 일 못한다며
나 일 못하면 회사가 손해라며

사무실에서 복도에서
주위 눈치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히 피웠지요.

그러던 저도
폐암으로 쓰러진 이주일씨의
간곡한 설득 덕분에
담배를 끊은 지 2년 반.

이젠 남이 내뿜는 담배연기를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됐습니다.

20년간 담배연기에 찌들었던
코와 폐가 살아났나 봅니다.

가파른 시청 앞 지하철 계단도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번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 건강을 지켜냈듯이
내 담배연기로 피해 보았을
다른 사람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겁니다.

옆 사람의 담배연기를
못마땅해 하면서
흡연자 시절 저질렀던 잘못을
다시 한번 반성합니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東京)지법은 사내의 간접흡연 피해에 대한 예방대책을 소홀히 한 회사에 처음으로 배상명령을 내렸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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