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최고위경영진에도 구직한파…'법정관리인 교육생' 3대1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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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자리 구하기 한파가 기업의 최고위 경영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관하는 '법정관리인 교육생' 모집에 유명 인사들이 대거 몰려 경총이 대상자 선정에 애를 먹었다.

당초 예정 40명의 4배인 1백60명이나 신청한데다 그것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회장.사장을 지낸 인사와 전직검사 등이 대부분이라 '탈락자' 고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총 관계자는 "공식 공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대부분 4월에 교육이 있을 것이란 소식을 듣고 아름아름으로 신청을 해왔다" 면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가 많아 깜짝 놀랐다" 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총은 모집공고 계획을 취소하는 한편 대상자도 48명으로 늘린 후 선발작업에 들어갔다.고심끝에 결국 경총 고급인력정보센터내 전문인사클럽 분과위원장 모임에 선발을 맡겨 최종 교육대상을 뽑았다.

이들은 오는 22일부터 5월22일까지 한달간 관련교육을 받게 된다.3대1이 넘는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인사 중에는 신규태 (辛奎台) 전 서울리스회장을 비롯해 백정수 (白正守) 전 효성드라이비트대표.이상학 (李相學) 전 전방택스타일대표.정동일 (鄭東一) 전 신한종합금융부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전.현직 법정관리인도 15명이나 된다.한보철강의 법정관리 총괄을 맡고 있는 나석환 (羅石煥) 제일은행상무.삼립식품 법정관리인인 김복규 (金福圭) 전무.대검찰청 검사출신으로 한국고로시멘트의 법정관리를 맡았던 정병섭 (鄭秉燮) 변호사 등이다.

이 제도는 법정관리인이 갖춰야 할 법률.경영지식을 교육시켜 우수한 관리인 후보를 양성해 법원 요청이 있을 경우 추천하기 위해 경총이 지난해 9월 마련한 것으로 이번이 두번째다.

경총 관계자는 "이 교육을 받았다고 반드시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닌데도 이렇게 고급인력이 많이 몰린 것은 이들의 취업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고 지적했다.

S사 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 대상자는 "법정관리 교육을 받으면 법정관리인 선임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신청했다" 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영 노하우를 펼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지난해 첫 교육과정에는 61명이 교육에 참가해 59명이 수료했고, 이중 20여명이 현재 법정관리인으로 활약중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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