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GM 파산을 타산지석으로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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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미국 제너럴 모터스(GM)가 결국 오늘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모양이다. 우리로 치면 법정관리 신청이다. 스스로 망했음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알리고, 정부가 수술해 건강체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다. 미국으로선 엄청난 충격이다. GM은 미국의 힘과 자존심의 상징 같은 존재라서다. 70년 이상 세계 자동차 업계를 호령해 온 거함이 이렇게 무너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앞으로도 GM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설령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공장이 돌아가더라도 세계 1~2위 자리를 되찾기란 쉽지 않다. 만일 협력업체 도산으로 생산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GM 파산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생산성 향상과 경영 혁신 부족, 시장의 변화를 잘못 읽은 전략적 책임 탓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노조의 잦은 파업과 과도한 요구가 결정적인 원인이라 본다. 특히 퇴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연금과 의료비 지원은 GM의 경쟁력 악화와 경영실적 부진으로 곧바로 연결됐다. 하나같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금쪽같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경영진은 기술과 경영혁신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노조의 환골탈태다. 지금과 같은 강성 노조로는 안 된다. 잦은 파업과 과도한 요구는 회사를 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GM이 넘어갔는데 한국 기업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점에서 파업 중인 쌍용차 노조가 걱정스럽다. 채권단과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한 망할 수밖에 없다는 건 노조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그리고 파업을 계속하면 지원의 손길이 조만간 끊어질 것이라는 것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 구조조정 계획을 수용하고 생산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 살리려다가 다 죽는 우를 범해선 안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