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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새음반 내는 재즈싱어 '대모' 박성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박성연은 60년대 말부터 미8군 무대등에서 재즈를 불러온 국내 재즈싱어의 '대모' 다.후배 윤희정.임희숙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워낙 가수층이 얇은 정통 재즈계에서 그녀의 존재는 단연 두드러진다.

박성연의 단골 레퍼토리는 빌리 홀리데이.사라 본 등. 스탠다드한 음색이 재즈의 깊은 맛을 우려낸다.

하지만 일상의 그녀는 무척 예민하며 대인관계도 넓지않은 숨은 인물이다.음반도 30년 음악인생중 단 한장 뿐이다.

86년 '안토니오스 송' '물안개' 등을 담아 낸 '박성연과 재즈 앳 더 야누스' .이외에 그녀의 음악을 들으려면 서울 청담동 재즈클럽 '야누스 (02 - 546 - 9774)' 를 찾아야한다.큰 돈을 벌수없는 재즈판이라 음반 취입 제의가 드물었는데다 그나마 몇몇 제의는 돈을 우선하는 속셈이 뻔히 보여 거부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12년만에 2집 '디 어더 사이드 오브 박성연 (박성연의 또다른 면)' 을 낸다.지난주 그녀는 일본 오사카에서 데라이 유타카 (기타).시오타니 요시우키 (색소폰) 등 현지 유수 뮤지션의 반주아래 '이프' '이매진' 등 팝송, '세상밖에서' '어둠이 지나면' 등 가요 2곡, 그리고 '마이 퍼니 발렌타인' 등의 재즈까지 10곡의 녹음을 마쳤다.

재즈 '대모' 치고는 상당히 대중적인 상차림이다.

그녀는 오랜기간 정통재즈를 지켜왔지만 '이젠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때도 됐다' 고 판단해 2집 취입에 동의했다고 말한다.대중들에겐 관록의 가수 박성연을 만날 기회이겠으나 재즈 팬중에는 팝송과 가요쪽에 중점을 둔 2집이 그녀의 재즈세계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음반은 4월 중순 나올 예정이다.올해는 그녀의 분신인 재즈클럽 야누스의 창립 20주년이 되는 해. 78년 겨울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시작한 야누스는 열악한 재정형편 탓에 대학로와 이대후문 부근을 전전하다 지난해 청담동으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고전중이다.이런 가운데 내놓는 그녀의 음반은 우리 재즈계의 현실을 비춰주는 한 거울이 될 듯 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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