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적대적 M&A '경영권 위험' 회사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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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6일부터 이사회의 동의 없이 외국인이 취득가능한 지분이 33%까지 확대 시행된다.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 (M&A) 을 더이상 기우 (杞憂) 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산술적으로 따져 외국인들의 지분이 대주주의 지분을 초과할 경우 외국인들끼리 연합, 적대적 M&A를 시도해 경영권을 탈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외국인 지분이 급등한 기업은 크게 다섯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우선 외국인 지분이 40%를 넘어서고 대주주 지분과의 격차가 10%이상 벌어져 경영권이 위험한 수준에 있는 기업이다.

이런 가능성은 민영화중인 은행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일 현재 주택은행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46.41%에 달해 국내 대주주인 정부 지분 (22.38%) 과 우리사주 지분 (9.77%) 을 합쳐도 외국인과의 지분 격차가 14.26%나 된다.국민은행도 외국인 지분이 44.80%에 달해 내국인 지분과의 격차가 20.39%나 벌어져 있다.

국민은행은 특히 미국 뉴욕뱅크가 지난해말 현재 8.4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외국인 지분이 30%를 넘어선 기업중 대주주와의 지분차이가 10%이상으로 경영권 방어에 신경써야 할 기업들이다.타이거펀드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33%를 매집한 SK텔레콤의 경우 국내 대주주인 유공이 우리사주를 포함해 21.61%를 보유하고 있다.

통신법상 33%로 제한된 한도가 늘어날 경우 외국인과 국내 대주주와의 지분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세번째로는 합작법인 또는 외국인 직접투자지분이 있으나 외국인의 장내매수가 지속되고 합작법인과의 우호적 관계가 붕괴될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한라공조는 합작사인 포드 지분 (34.99%) 을 포함하면 외국인 지분이 47.51%에 달해 국내 대주주 만도기계의 34.97%보다 12.52%가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 있는 기업들은 삼성전관.에스원.쌍용정유.아남산업.한국타이어 등으로 주식시장개방 이전에 안정적이던 합작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네번째로는 장내에서 20%이상 지분을 매집한 외국인과 대주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기업군이다.이들 기업은 웅진출판사.대덕전자.LG화재.효성T&C.LG화학 등으로 외국인들의 지분이 국내대주주보다 5%가량 많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이 장내에서 20%이상 주식을 매집했으나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M&A가 사실상 불가능한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한마디로 느긋하다는 입장이다.

서흥캅셀과 신도리코가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데 외국인 지분이 40%에 육박하고 있지만 국내 대주주 지분이 50%에 달한다. 특히 메디슨의 경우 대주주 지분은 7.44%에 그치고 외국인은 52.16%나 되지만 핵심 기술자들을 빼내면 (일명 왕관의 보석) 아무런 인수가치가 없어져 M&A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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