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시법 합헌 결정, 불법·폭력시위 근절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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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헌법재판소가 집회·시위 때 경찰에 사전 신고토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집회 사전 신고가 평화적이고 효율적인 집회를 보장하고 공공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신고 집회 주최자를 형사처벌토록 한 조항도 과도한 제재가 아니며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당연한 결정으로 헌재의 판단을 존중한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면서 막무가내식으로 자기 주장만 하는 것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헌법 37조에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자유와 권리를 법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이유다.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시위·집회일 때만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공공질서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집회는 금지·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 사전 신고제는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란 점에서 헌재의 이번 합헌 결정은 백번 옳다.

그간 집시법은 시위대에 의해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버젓이 법을 어기고 폭력 시위를 해도 엄정한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집시법 집행을 추상같이 해 공권력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 집회·시위는 반드시 사전 신고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되 신고된 집회라도 폭력시위로 변질될 경우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의사 표현은 권리가 아니라 폭력에 불과할 뿐이다. 불법 시위대에 의해 법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사태는 이제 영구히 추방돼야 한다.

물론 합법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평화적 집회는 보장돼야 한다. 폭력 시위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집회를 원천 봉쇄하는 식의 대응은 온당치 않다. ‘적법한 시위와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집시법 1조의 정신은 지켜져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이 평화적 집회는 보장하되 불법·폭력 시위자들에겐 법의 단호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