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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 끌어주는 학점은행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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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들이 늦은 시간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한 ‘남학생’의 발표를 사회복지학과 최영자(왼쪽 서있는 이)교수가 흡족한듯 바라보고 있다.조영회 기자

25일 오후 7시 천안 쌍용동 나사렛대학교 제 2창학관 내 강의실. 미래의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수강생들로 열기가 뜨겁다. 2시간 남짓 진행되는 최영자(47·여·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가족복지론’ 수업시간은 강의내용을 놓치지 않고 꼼꼼히 메모하고 활발하게 발표하는 수강생들 때문에 언제나 활기를 넘친다.

이날 수업은 학점은행제 강좌 중 사회복지학과 수업으로 수강생들은 30~40대 만학도들이다. 학사학위를 목표로 진행되는 학점은행제 강좌는 강의와 발표, 과제들로 수업이 이뤄진다. 수강생 대부분이 주부나 직장인인 평생교육 강좌의 경우 시간에 쫓겨 강의실에 들어서지만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이 없다. “집안일도 벅찬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주변의 걱정도 많지만 이들은 “사회에서 소외 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부 조연희(41·아산시 탕정면)씨는 “나사렛대학교가 사회복지분야 학과가 발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산에서부터 다니게 됐다”며 “오랜만에 하는 공부라 벅찰 때도 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드디어 한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조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결혼했지만 학업에 대한 열망은 가시질 않았다. 다시 사회복지사를 공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씨는 내친김에 2학기에는 ‘시간제’ 프로그램을 수강해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다. 조씨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학점은행제 이수 이후에도 대학원과정을 거쳐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고 했다.

나사렛대학교 최영자 교수는 “무거운 교재를 한 아름 들고 강의실에 들어서는 수강생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며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전해지는 행복감에 가르치는 교수로서 자부심을 갖고 수업을 진행한다”며 만학도 수강생들을 학업태도를 칭찬했다.

◆1994년부터 학점은행제 도입= 1994년부터 평생교육원을 운영해온 나사렛대학교는 체계적이고 학력인정을 원하는 수강생들을 위해 학점은행제를 도입했다. 평생교육은 수료 후 수료증이 나오지만 그 것만으로는 학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많은 지역민들이 학점인정을 통해 정규학위 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컸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인가를 받아 평생교육원에서 학점은행제를 실시하게 됐다. 이와 함께 대학의 정규 학부과정 교과도 자유롭게 수강해 학점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시간제 등록제’도 운영할 예정이다. 학점은행제는 나사렛대학교 대학의 교수진이 참여한다. 현재 사회복지학과와 심리학과, 부동산학과 등 3개 학과가 개설돼 운영 중이다. 부동산학과의 경우 실무 능력을 갖추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공과 관련된 국가공인자격증 취득을 위한 팀별 학습이 운영돼 공인중개사 또는 주택관리사 등의 자격증 취득이 용이하다.

◆평생교육은 ‘새 패러다임’=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다. 교육은 특정시기와 특정계층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평생교육은 삶을 살아나가는데 꼭 필요한 지식과 능력, 숨겨진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대학의 평생교육원뿐 아니라 정부기관의 평생교육원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기관의 경우 정부 보조금으로 수강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종수(57)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우리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정부에서 진행하기 힘든 과정을 개설했고 대학만의 특성을 지닌 평생교육 강좌 개척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전철 쌍용역의 개통으로 더욱 가까워진 나사렛대학교은 6월 29일부터 ‘하계특강 일반과정’을 개설한다. 하계특강 등록은 6월 1일부터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가능하다.

문의 나사렛대 평생교육원 (041)570-7755.

조민재 인턴기자

 ◆학점은행제란=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및 대통령령에 의거 고등학교 졸업(예정)자가 수학능력시험 또는 학생부에 관계없이 입학하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인가한 전문학사학위(전문대학 졸업장) 또는 학사학위(4년제 대학교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 전문학사 학위 취득 시 4년제 대학교 3학년에 편입할 수 있고, 학사 학위 취득자는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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