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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휠체어 조문'…헌화땐 지팡이에 의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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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엿새째이자 영결식 하루 전날인 2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전직 대통령가운데 첫 조문에 나섰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교통사고 이후 골반관절 부상 후유증에 최근 노환까지 겹쳐 휠체어에 의존할만큼 몸이 불편하지만 직접 분향소를 찾아 주위를 숙연케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역광장 앞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분향소를 찾은 김 전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차림과 흰색 셔츠, 짙은 줄무늬가 섞인 검은색 넥타이와 구두를 신었다. 이 여사도 검은색 정장치마와 구두를 신었다.

김 전 대통령은 측근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분향소까지 이동했다. 휠체어에서 내린 김 전 대통령은 부축을 받으며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에서 힘겹게 일어섰다. 이어 지팡이를 짚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한걸음씩 떼며 노 전 대통령의 흑백 영정사진 앞에 다가섰다.

김 전 대통령은 한동안 부동자세로 흑백 영정사진을 말없이 바라 본 뒤 이내 국화 꽃 한 송이를 헌화했다. 김 전 대통령을 따라 이 여사도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한 뒤 헌화했다.

오전 11시5분께 조문을 마친 김 전 대통령은 분향소 상주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 문희상 국회 부의장, 민주당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하며 격려했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여사도 상주들을 격려했다. 김 전 대통령이 담담한 표정인 것과는 달리 이 여사는 조문을 마칠 무렵 눈시울이 붉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분향소 옆에 마련된 임시 상황실에서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등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11시22분께 자리를 떴다.

김 전 대통령의 차량을 에워싼 시민들은 휠체어에 탄 김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건강하십시오" "건강하세요"라며 건강을 기원했다. 【서울=뉴시스】

DJ "나라도 그런 결단했을 것"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2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이 느낀 치욕과 좌절감, 슬픔을 생각하면 나라도 그런 결단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부인 이희호 여사와 서울역에 마련된 분향소를 방문, 조문한 뒤 한명숙 공동 장의위원장 및 정세균 대표 등과 환담을 나눈 자리에서 "세상이란 게 흐린 날도 있고 밝은 날도 있는데 견뎌야지, 용감한 사람이 못견디면 어떻게 하느냐는 심정도 있었지만.."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와 관련,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부인, 아들, 딸, 일가친척, 친지에 대해 하나도 남김없이 싹쓸이로 조사했다"며 "전직 대통령을 소환한 뒤 20일이 지났는데 증거를 못 대는 게 말이 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들은 그런 '시원한 남자'는 처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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