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빚 감축은 생존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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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일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을 동시에 강도높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李위원장은 지난달까지 '내정자' 로서 정책을 구상해 왔으나 이날부터는 정식 위원장으로서 '기관의 무게' 를 실어 정책방향을 밝혔다.

다음은 李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부채비율 조기축소에 당사자인 기업들은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계획대로 추진할 것인가.

"기업들 입장도 이해는 간다.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어 답답한 심정일 것이다.그러나 부채비율 감축은 기업으로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예컨대 제일.서울은행이 외국은행이 되면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에 대출을 해주겠는가.스스로 못맞추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 집행에 현실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면 안된다.부실자산을 제값 받겠다며 끌어안고 있으면서 현실성 타령을 하면 곤란하다.방법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도저히 쓰러지지 않을 것같던 대기업도 도산하지 않았는가."

- 부채비율 감축일정을 왜 갑자기 앞당겼나.

"기업들이 제출한 향후 5년간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보니 내용이 별로 없었고 형식적이었다.그래서 늦어도 2000년이 오기 전에 국제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처음부터 2백%라는 숫자를 정하지는 않았다.미국은행들이 1백50%를 대출한계선으로 보고 있으니 국내특성을 감안해 2백%쯤 되면 국제수준이 될 것이라고 봤다.이것이 은행을 통해 기업에 전달되면서 다소 변조.증폭된 감이 있다."

-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게 된 배경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질질 끌면 은행이 또 부실화된다.이 경우 은행이 올해 겪게 될 뼈아픈 구조조정의 의미가 퇴색된다.재벌개혁과 금융개혁은 뗄 수 없는 문제다.IMF와 세계은행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 은행과 대기업은 한몸이라고도 하는데 은행을 통한 대기업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은행의 기업심사기능이 제고되면 가능하다.은행도 그런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시장에서 배제될 것이다.다만 내가 은행을 죽일 권리는 없다.시장에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 금융구조조정과 관련해 은행의 대형화와 주인찾아주기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기본 원칙은.

"대형화를 인위적으로 몰고가지는 않는다.시장의 힘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좋다.또 특정재벌에 은행을 맡기는 것이 은행 주인 찾아주기가 아니다.특히 부도덕한 주인이 나와서는 안된다.경영권을 안정시키는 체제도입이 더 중요하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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