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매실 따기 농촌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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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송촌홍고추마을에서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든 매실 엑기스병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정보화마을]

매실 따기 농촌체험
게임 하고…엑기스도 만들어요

매실은 갈증해소 및 식중독 등에 효험이 있어 여름철 필수식품으로 여겨지는 과일.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탐스럽게 여물어가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의 아이들이 농촌체험마을을 찾아 매실 수확 및 진액만들기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전남 나주시 송촌 홍고추마을. 금성산이 바라다보이는 매실나무 밭에서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매실 따기에 여념없다.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무성하게 열린 매실. 따는 법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똑똑 따서 꼬투리는 손바닥으로 밀면 떨어져요.” 아이들끼리 ‘누가 많이 따나’ 내기가 벌어진다. 미션은 엑기스를 만드는 1.2kg에 맞춰 따기. 지름이 500원짜리 동전만한 매실을 130개 쯤 따면 무게가 얼추 비슷하다. “포도송이에서 포도를 따는 것처럼 따면 돼.” 홍채림(10·전남 나주초 3)양이 의젓하게 김정민(9·광주 마재초 2)군에게 매실따는 법을 전수한다.


 
매실을 따서 무게도 재봐요
송촌 홍고추마을은 나주역에서 차로 5분 정도 달리면 나타난다. 서울에서 기차로 약 3시간이면 도착해 역과 마을 사이를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주민수 173명의 작은 마을인 만큼 외지 방문객에 대한 애정과 인심이 각별하다. 정수필 마을위원장은 “올 봄 서리를 맞지 않아 매실 작황이 아주 풍성하다”며 “체험가족이 넉넉히 따면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커리큘럼도 탄탄하고 빈틈없다. 마을 앞에서 직접 매실을 따면서 게임을 하고, 씻고 말린 후 진액을 만드는 작업까지 하다보면 반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최규원 사무장은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각 과정을 작은 체험들로 연결해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와~ 엄청나게 많이 땄네, 대단하다.” 2kg 넘게 딴 김희영(8·광주 마재초1)양이 오늘의 수확왕. 따낸 매실은 전자저울로 정확히 무게를 잰다. 진액을 만들기 위해서다. 설탕과 1:1로 무게를 맞추려면 한치 오차 없이 1.2kg으로 맞춰야 한다. 각자 매실을 덜어내거나 더해 모두 1.2kg에 맞춘 후엔 본격적인 씻기 작업. 커다란 대야에 매실을 와르르 쏟아붓고 씻은 후, 뜰채에 올려 다시 한번 헹군다.그리고 옥상의 뙤약볕에 한시간 정도 말려 물기를 제거한다. 최사무장이 “진액을 만들 때 물기가 남아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하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점심식사 후 매실엑기스 만드는 시간. 작업을 시작하기 전 마을 앞 시원한 정자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옥상에서 가져온 매실열매를 다듬는다. 물기가 덜 빠진 매실은 수건으로 닦고 남아있는 꼬투리도 꼼꼼히 제거한다. 진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밀봉용 과실주병과 고무줄, 매실과 설탕이다.

직접 만든 매실 진액 가져갈 수 있어

묵직한 설탕봉지를 나눠주자 머리에 이는 아이, 장난치다 설탕봉지에 구멍을 내 설탕이 줄줄 새는 아이로 정자안은 순식간에 북새통이다. 최사무장이 그 틈새로 “설탕이 새면 제대로 매실 진액을 만들 수 없다”고 웃으며 외친다. 그는 이어 “매실 한개가 들어가면 설탕도 매실 한 개 무게 만큼 들어가야 한다”며 “우리가 가진 매실의 무게가 얼마죠?”하고묻는다. “1.2kg요!” 아이들이 목청껏 외친다. 매실을 제일 밑바닥에 얇게 깔고 그 위에 설탕을 샌드위치처럼 덮는 과정을 세번 반복하면 설탕과 매실이 잘 혼합된 매실 진액병이 완성된다. 체험이 끝난 후엔 자신이 만든 2.4kg 상당의 매실 진액을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일주일 후 집에서 두 번 더 설탕을 붓고 저어준 후 3~5개월 숙성시키면 직접 만든 매실 진액을 맛볼 수 있다.
 
남매를 데리고 매실체험에 함께한 김상렬(남·41·광주 서구)씨는 “공기 좋은 곳에서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시간을 보내니 아이들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양포은 (여·35·광주 서구)씨는 “집에서 매실 진액을 종종 담그지만 아이들이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 스스로 하니까 더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는 것 같아 흡족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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