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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기술 과시한 런던 박람회…2012년엔 여수 엑스포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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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851년 영국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는 신기하게 생긴 건축물이 등장했다. 강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이 건물은 전통적인 건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이 건물을 수정궁(水晶宮·Crystal Palace)이라고 불렀다(그림). 그러나 지금은 이 건물을 볼 수 없다. 1936년 11월 30일 밤에 일어난 대화재로 모두 타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그려진 그림들을 통해서만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수정궁은 강철과 유리 건축 설계로 유명한 건축가 조지프 팩스턴(1801~65)의 작품으로, 당대 유럽에서 가장 웅장하고 상상력이 빛났던 건축물로 평가된다.

1851년 5월 1일 세계 25개국 대표들이 수정궁에 모였다. 유례없는 규모로 진행된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만국산업생산품 대박람회’(약칭 ‘수정궁 엑스포’)였다. 사람들은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진보와 번영의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 박람회는 영국이 ‘세계의 공장’임을 입증하는 행사였다. 유럽 여러 나라의 수많은 산업 제품이 관람객들의 찬탄을 자아냈지만, 어떤 외국 제품도 영국의 놀라운 공학기술 제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특히 전시장인 수정궁은 그 자체가 하나의 ‘경이’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은 이 박람회를 통해 선진 기술을 마음껏 과시했다. 박람회가 개막하던 날 런던 전체는 축제분위기로 들떴다.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수정궁의 개막 테이프를 잘랐다. 행사를 마친 그날 저녁 32세의 빅토리아 여왕은 일기에 “영국 역사상 가장 성대하고 또한 아름답고 영예로웠던 날”이라고 적었다. 5개월이 넘는 행사 기간 동안 600만 명 이상이 입장했는데, 당시 영국의 전체 인구 2100만 명에 견주어 볼 때 이는 엄청난 숫자였다. 수많은 시골 사람들이 난생처음 기차를 타고 런던을 구경했고, 신기한 산업 제품들을 관람하면서 세계 일등국민으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1851년 시작된 세계박람회는 인간·문화·경제·환경·테크놀로지 등을 주제로 총 105회가 개최됐다. 선진국들은 엑스포를 국력신장의 계기로 삼았다. 세계적 명소인 에펠탑이 세워진 1889년 파리 박람회와 기술 강국 일본의 틀을 다진 1970년 오사카 박람회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는 2007년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경쟁국 모로코를 제치고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 유치권을 획득했다. 2012년 5월 12일부터 3개월 동안 개최된다.

박상익(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