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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MF 어제와 오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은 IMF와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전후 (戰後)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지난 55년 한국은 58번째 회원국으로 IMF에 가입했다.

당시 쿼터는 전체 지분의 0.14%였다.

경제개발을 위해 외자가 필요했던 한국은 65년부터 IMF로부터 지원받기 시작했다.

87년까지 22년동안 모두 16차례에 걸쳐 IMF와 23억SDR (약 30억달러) 의 스탠드 바이 (대기성 차관) 약정을 맺고 자금을 끌어썼다.

실제 사용액은 17억SDR.이에 따라 IMF직원이 88년까지 상주했다.

늘 외자를 받아쓰기만 하던 한국의 사정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3저 (低) 호황으로 국제수지 흑자가 불어나던 80년대 후반부터다.

갑자기 달러를 내놓아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IMF도 태도를 바꿔 원화환율 절상과 수입개방 확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해 이같은 요구를 한 사람이 바로 이번 IMF협상 실무협의단장인 휴버트 나이스 국장이다.

강봉균 (康奉均)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은 "80년대 후반 당시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이던 나와 흑자규모를 갖고 옥신각신했다.

나는 흑자가 적게 날 것이라고 엄살을 떨면서 환율절상과 수입개방을 할 수 없다고 버텼고, 나이스 단장은 흑자가 많이 날 것이라며 환율절상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고 회고했다.

IMF를 졸업하고, 경제규모가 불어나면서 한국의 IMF내 목소리도 점점 커져 갔다.

89년 개발도상국에 9천2백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정했으며, IMF연차총회에서 한국은 지위향상을 위해 쿼터증액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IMF에 다시 손을 벌리기 두달전인 지난해 9월 홍콩 연차총회에서 IMF는 한국의 쿼터를 7억9천만SDR에서 16억3천만SDR로, 지분비중도 0.55%에서 0.78%로 늘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투표권 비중순위도 36위에서 28위로 껑충 뛰었다.

긴급자금 신청 불과 20일전인 지난해 10월말 연례협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IMF협의단은 "한국경제의 체질이 건전해 걱정할 필요없다" 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11월21일 논란 끝에 IMF에 긴급자금을 신청했다.

그리고 엄청난 변화와 고금리 고통속에 4개월이 흘렀다.

IMF서울사무소는 한국정부와 IMF의 협의에 의해 과천 재정경제부 건물 내에 지난 23일 설치됐다.

11년만의 상주사무소가 만들어진 셈이다.

도즈워스 초대 사무소장은 부국장급으로 나이스 단장이 매우 좋아하는 이코노미스트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한국정부가 도즈워스 사무소장에 우리 입장을 전달하면 도즈워스 사무소장이 다시 IMF본부와 연락을 취해 이런저런 결정을 취하게 된다. 물론 한국이 IMF 이행조건을 제대로 수행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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