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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IMF 한국사무소 존 도즈워스 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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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IMF한파' 'IMF고금리' 'IMF실업' 등 유행어가 말해주듯 국제통화기금 (IMF) 은 본의 아니게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모든 경제적 어려움의 근원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25일 기자는 11년만에 다시 문을 연 IMF 한국사무소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앞으로 한국이 IMF에서 '독립' 할 때까지 '한국 경제정책의 감시역' 을 맡게 될 존 도즈워스 소장의 한국경제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많은 선진국 출신의 국제기구 인사들이 그러하듯 비 (非) 선진국 사람들을 가르치듯 하거나 뻣뻣하게 대할 것이라는 기자의 우려는 봄볕에 눈녹듯 했다 (47년 영국에서 태어난 도즈워스 소장은 66년 요크대에서 경제학박사 취득후 교수생활을 거쳐 78년 IMF에 들어갔다.

80년초부터 중동.아시아 부서 등에서 일한 그는 지난해 인도에 부임하기전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이었다) .

- 전에 한국에 자주 왔는가.

"이번이 처음이다."

- 한국에 오기전 가졌던 인상과 다른 점이 있었나.

"한국인이 이렇게 개방적인지 몰랐다.

의견을 내는 데 숨김이 없고 또 남의 얘기에 귀기울이는 태도에 감명받았다."

- 한국사회가 패쇄적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와서 보니 다르더라. 한국인처럼 개방적인 국민은 많지 않다."

- 위기 발생후의 지난 4개월을 어떻게 보는가.

"당시 한국경제는 겁날 정도로 극심한 위기를 맞고 있었다.

외환보유고가 이미 바닥이 났고, 매일매일 외채상환 만기연장률이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은 상당한 해외자본이 들어와 외환보유고도 IMF가 전망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한마디로 프로그램의 추진이 성공적이었고 또 경제여건의 반전도 빨랐다는 평가다."

- 위기, 적어도 외환위기는 벗어난 것인가.

"위기를 극복했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초기의 전투에선 이겼으나 아직 전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 이다.

'진정한 도전' 은 이제부터다."

-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한국을 긴급 지원해주겠다고 했던 선진국들이 지원자금을 왜 아직도 보내지 않고 있나.

"그것은 각국 정부가 해야 할 답이다.

그러나 그들의 지원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부도위기 등 긴박한 사태에 몰릴 경우에 사용되는) '제2선 방어용' 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한국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자체가 한국의 외환위기를 반전시키고 대외 신뢰를 신속히 회복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다."

- 한국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IMF협의가 시작된후 (구 정부.신 정부 포함) 지금까지의 정부가 다 경제개혁과 IMF 프로그램 추진에 대해 굳은 정책의지가 있다고 본다.

선거전 잠시 정치적 불안이 있었으나 선거가 끝나면서 그 불안감은 말끔히 해소됐다.

당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추진하겠다고 한 정책이 바로 IMF가 지지하는 정책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국민들로부터 개혁추진에 대해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다.

또 그는 대외 신뢰회복과 IMF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추진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노사정 3자간의 합의를 도출해 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힘들다."

- 개혁추진 속도와 성공의 측면에서 각종 개혁과제에 순위를 매긴다면. "통화정책.고금리정책이 가장 이행이 빨랐던 부문이었다.

제도개혁분야 중엔 자본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자유화 등이 조속히 시행됐다.

그러나 구조개혁, 예를 들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나 기업의 경영관행 개혁같은 과제는 원래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또다시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불길한 얘기가 나돈다.

"외국에서 관심깊게 지켜보는 것은 얼마나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느냐다.

만일 정부가 명확한 정책목표와 계획을 갖고 잘 짜인 전략으로 추진한다면 대외 신뢰가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떨어질 이유가 없다."

- 금융구조조정에 정부의 돈이 들어가는 것을 경계한다는 얘기인가.

"금융구조조정에 어느 정도의 공공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자금을 어떻게 쓰느냐다.

겉만 그럴 듯하게 하는데 쓴다면 2~3년후 그 후유증이 나타난다.

공공자금은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에 써야 한다."

- 고금리 문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IMF와 한국정부간에 '환율이 원이면 금리를 ××% 인하한다' 는 합의가 있다는데. "IMF와 한국정부는 외환시장.금융여건 등을 고려해 어떻게 통화.재정정책을 펴나갈 것인가 늘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수학공식처럼 '환율이 얼마면 금리가 어느 수준' 이라는 식의 합의는 없다.

다만 환율이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데 원칙적인 이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할 때도 대외신뢰 등을 고려,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본다."

- 왜 고금리여야 하는가, 왜 꼭 환율이 안정돼야 금리를 낮출 수 있는가.

"고금리여야 원화가 매력을 가져 해외 투자가들이 채권 등에 돈을 투자한다.

또 해외에선 한국의 금융여건이 어떻게 개선되고 있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금리인하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멕시코.아르헨티나 등이 대외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 고금리였다."

- 재정에 대해서도 IMF의 금융조건이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IMF의 입장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한국의 재정에 대해 매우 유연한 입장을 택해 왔다.

다른 나라에처럼 증세 (增稅) 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또 한국이 경기위축 때문에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면 이를 이해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렇다고 재정적자가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다.

재정적자에 따른 통화팽창 등 부작용으로 인해 대외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 실업대책이 초미의 관심사다.

당초 IMF와 3조원 규모의 실업대책기금을 얘기했다가 최근 6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통과시켰다.

예상보다 실업이 더 늘어나면 실업기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4월 IMF와의 정기협의때 이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본다.

IMF가 실업에 대해서도 건전재정을 고집한다는 것은 오해다.

재훈련을 포함한 실업대책 등 사회보장장치 때문에 발생하는 재정적자는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는 데에 IMF.한국정부의 생각이 같다.

사회적 안정이야말로 IMF 프로그램 성공적 이행의 기본전제이기 때문이다."

사진 = 김춘식 기자

만난사람=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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