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노모 매일 내쫓는 며느리에 시청자 분통

중앙일보

입력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부터 며느리에게 쫓겨나고 끼니까지 거른 89세 노모의 사연이 TV에 방영되자 시청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26일 방송된 SBS ‘긴급출동 S0S24’는 매일 집에서 쫓겨나는 백발의 89세 할머니의 참담한 얘기가 소개됐다. 할머니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다리로 아침에 집에서 쫓겨난 뒤 하루 종일 집 밖을 헤매며 “며느리가 무서워 집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해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SBS 측에 제보한 할머니의 이웃은 취재진에게 “비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도 하루 종일 굶은 채 집 밖을 헤맨다”“할머니에게 빵이라도 건넬라 치면 며느리가 불같이 화를 내고 싸움을 걸어온다”고 증언했다.
할머니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취재진에게 “며느리에게 걸리면 쫓겨나니까 얼른 가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나타난 문제의 둘째 며느리는 “할머니 운동하시니 상관하지 마라”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녀는 “요양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할머니 다리가 굳을까 걱정돼서 자격증 받으면 할머니 요양등급을 받아 내가 요양을 하겠다”는 핑계를 댔지만 또 할머니 앞에서 “동네사람들과 말하지 말라,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다그치기까지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 둘째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학대하는 이유는 바로 큰집의 경제적인 문제였다. 이 때문에 시집에 대해 악감정을 갖고 있었다. 복지,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SOS 솔루션위원회는 할머니의 상태를 보고 “방임ㆍ경제ㆍ언어ㆍ정서적 학대로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빠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방임을 떠나 내쫓는다는 것은 적극적인 유기여서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며 존속 유기의 경우 가중 처벌을 받는다”며 “실제로 존속 유기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5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SOS 솔루션위원회는 “왜 사는지 모르겠다. 자살하고 싶다”며 연신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가 삶의 의욕마저 상실한 상태라 시급히 개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고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할머니는 요양원 행을 권하는 제작진에게 “상황을 모르고 있는 아들 때문에 안 된다”고 손을 내젓다 결국 “(요양원에) 데려다달라. 하루라도 편히 살다 죽고싶다”며 눈시울 적셨다. “이건 명백한 학대”라는 제작진의 말을 듣고서도 끝까지 부인하던 며느리는 결국 “형님댁의 경제문제, 고부간의 갈등으로 고통을 충분히 받았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시청자들은 방송이 나간 뒤 프로그램 게시판에 “너무 화가 치민다”“마음이 아프고 답답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도 늙을 것을 모르고 왜 저리 학대를 하는지 모르겠다”“자식들이 그대로 배울 것”이라며 탄식을 금치 못했다.

뒤늦은 후회로 찾아온 양로원으로 발걸음을 옮긴 며느리는 할머니를 안고 “죄송하다, 잘못했다”며 눈물을 참지 못하고 할머니에게 안겼다. 할머니는 오히려 자신을 학대한 며느리와 냉담했던 손주들에게 “너희들이 나 때문에 애썼다”고 말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날 방송에서 SOS 솔루션 위원회의 전문가들은 가족의 경제적인 역할만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노인학대의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적으로 노인학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대받는 노인들 90% 이상이 “내 자식이기 때문에 참는다”고 대답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고통받는 노인들이 많다는 얘기여서 노인학대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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