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야노마미족의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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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미 브라질의 아마존강 유역 열대우림은 자연의 보고 (寶庫) 다.

한반도의 30배 크기인 6백50만㎢에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종 (種) 의 절반이 살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세계 산소의 절반을 생산한다.

그래서 '지구의 허파' 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사는 원주민들은 인류학자들에게 귀중한 연구자료다.

문명의 외딴 섬으로, 신석기시대를 사는 이들은 인류의 본모습을 학문적으로 구명 (究明) 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한다. 콜럼버스 가 신대륙을 발견한 5백년전만 해도 아마존강 유역의 원주민 숫자는 6백만~9백만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5만명뿐이다. 그중 하나인 야노마미족은 2만명으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양국에 걸쳐 있는 열대우림 보호구역에서 농업과 사냥으로 생활하고 있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야노마미족은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후 브라질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개발계획에 밀려 그들의 생활기반은 여지없이 파괴됐다. 열대우림 한가운데 도로가 뚫리고 이를 통해 개척민들이 몰려들었으며, 귀중한 목재를 노린 다국적 자본이 밀려들어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이다. 지질조사 결과 엄청난 양의 금이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확천금을 노린 가림페이로스 (금광부) 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야노마미족과 분쟁을 일으키고 각종 전염병을 퍼뜨렸다. 또 금 정련에 수은을 남용함으로써 아마존강 수질을 오염시켰다. 이 와중에 야노마미족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88년 특별법을 제정해 군대로 하여금 가림페이로스의 횡포로부터 야노마미족을 보호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보호는 형식적 조치에 그쳤고 그나마 수년전부터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일부 민간단체에 의해 야노마미족 보호운동의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 화재가 석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미 6만㎢의 열대우림이 파괴됐으나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각종 동.식물들이 몰사하는 바람에 야노마미족은 아사 (餓死) 직전이라는 소식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지각 없는 자연파괴, 문명이라는 이름의 무절제한 욕망이 빚어 낸 기상이변으로 무고한 야노마미족이 겪고 있는 수난은 인류에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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