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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급한 'IMF 범죄'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외환위기로 인한 대량실업.물가상승 등에 따른 '국제통화기금 (IMF) 형 범죄' 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절도범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고 강도는 무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부도수표사범과 횡령.배임 등 재산범죄나 살인.강간.폭력 등 강력사건도 모두 크게 늘어났다. 실제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치안' 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대낮에 한 동네가 줄줄이 털리는가 하면 이웃 누구누구 집이 강도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도 예사다.

범행수법도 점점 대담해져 경찰이나 수리공 복장 등 제복을 입고 침입하는가 하면 신호 대기중인 승용차에 올라타 금품을 빼앗고는 유유히 사라질 정도니 치안공백상태나 다름없지 않은가.

경제위기에 따른 각종 범죄의 증가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기업이 잇따라 쓰러지고 실업자가 무더기로 쏟아지게 되면 강.절도 등 생계형 범죄, 사회분노성 폭력범죄, 채권회수 목적의 청부 폭력범죄가 특히 증가한다는 것은 정한 이치다. 그런데도 우리 치안당국은 권력교체 시기와 맞물려 검.경찰 인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오히려 근무기강이 해이해지는 등 그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잡을 수 있었던 탈옥수 신창원 (申昌源) 을 몇차례나 놓친 것도 같은 이유다.

국민들을 범죄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실직자 2만6천여명으로 '공공자원 (公共自願) 방범대' 를 신설, 파출소 방범보조 순찰요원으로 활용하고 경찰서별로 방범활동 실적평가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대책을 발표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또 30만~50여만원의 수당지급으로 실업 대책을 겸한 자원방범대가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이제 민생치안은 당국에만 맡길 수 없는 지경이다. 시민들 스스로 자율 방범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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