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진실 가려낼 ‘1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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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확실한 물증인 ‘핵실험 방사능 물질’을 잡기 위해 원자력 연구진과 군이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진과 공기 포집기를 해군1함대 소속 함정에 실어 25일 동해로 급파했다. 핵실험 때에만 나오는 특별한 방사능 물질이 동풍을 타고 동해로 오면 공기와 함께 포집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찾는 것은 핵실험 때 나오는 ‘제논(Xe)’이라는 특이한 방사능 물질이다. 아무리 깊은 지하에서 핵폭발을 일으켜도 미세한 틈새를 뚫고 대기 중으로 새어 나온다. 제논은 흙 틈새를 비집고 나오면서도 다른 물질과 전혀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이것만 잡으면 확실하게 핵실험을 한 것으로 단정할 수 있다. 남한이 가동하고 있는 20기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소나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과는 구별된다. TNT 폭발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제논이 포집되면 ‘대량의 다이너마이트를 폭발시켜 핵실험으로 위장할 수 있다’는 등의 논란도 일소할 수 있다.

제논은 27일 새벽께 동해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바람에 달려 있다. 바람이 북쪽으로 불거나 갑자기 서쪽으로 불면 공기 포집기를 실은 함정을 다시 서해로 보내야 한다. 또 제논은 반감기가 일주일 정도로 아주 짧아 그 안에 잡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공기를 포집해 봐야 소용없다.

장순흥 KAIST 교수는 “핵실험 때 나오는 제논 등 특이 방사능 물질은 통틀어 1g 내외로 극미량”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의 극미량이 대기 중으로 흩어지면 웬만한 기술력으로는 찾아내기 어렵다. 국내에 설치된 일반 방사능 물질 측정망으로는 포착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종인(한국원자력학회장) 박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장비와 기술력을 확보해 놓아 제논이 포함된 공기만 포집하면 분석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잘하면 27일 오후쯤 북 핵실험의 진실이 가려질 가능성도 있다.

공기 포집기와 제논 분석 장비는 스웨덴에서 수입했다.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에는 국내에 이런 장비가 없어 스웨덴으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아 포집에서부터 분석까지 모두 스웨덴의 도움을 받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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