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멈추지 않는 도전’ ⑥ 40억 아시아 자존심 골 넣어 세우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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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새벽 유럽 축구전쟁 … 박지성 “골 넣고 싶다”  축구 전쟁이 벌어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팀 FC 바르셀로나가 2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등 최고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가운데 한국인 박지성(맨유)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경기에 나서 득점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이맘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나서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두 번의 무릎 수술과는 또 다른 아픔이었다. 왜냐하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모든 축구선수가 뛰고 싶은 ‘꿈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내 생애 마지막 기회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슬프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잊기로 했다. “조별 예선이나 토너먼트에서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가 수두룩하지 않은가.”

올 시즌은 나에게 최고의 시즌이었다.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 다시 올랐고, 나는 팀의 일부분이 되어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쳤다. 로마에서만큼은 내가 뛸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다들 내가 출전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팀 전술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퍼거슨 감독이 경기 당일 선수 명단을 발표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만일 내가 뛰게 된다면 모든 힘을 다해 뛸 것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아시아 선수들의 자존심 세우고 싶다

아시아인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도 의미가 크겠지만 그보다는 팀 우승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다면 개인적인 것은 별로 소용이 없다. 이번 결승전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축구팬이 고대하는 세계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다. 두 팀 모두 가진 것을 전부 쏟아부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면 그 이상 자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훈련 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이런 노력들이 경기 당일 발휘되기를 바란다. 현재로서는 내가 경기장 내에서 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평소 아시아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이번 경기를 통해 내가 아시아 축구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우고,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맨유는 수비도 막강한 팀

우리는 수비가 탄탄하고, 공수 조화가 잘 이뤄져 있다. 또 우리 조직력이라면 바르셀로나는 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이번 결승전에서는 맨유가 승리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바르셀로나는 무서운 공격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막아낼 만한 수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는 이미 지난해 상대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이들과 두 차례 경기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그 경험들을 잘 살린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리오넬 메시가 가장 위협적이다. 사뮈엘 에토, 티에리 앙리도 강하지만 올 시즌 메시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내가 출전한다면 그를 멈추게 하는 데 집중하겠다.

#솔샤르에게서 득점 기술 배워

축구선수가 골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많이 넣지 못할 뿐이지 나 역시 항상 골을 노린다. 올 시즌 막판 골이 많아진 데는 옛 동료 올레 군나르 솔샤르(현 맨유 리저브팀 감독)의 도움이 컸다. 노르웨이 출신의 솔샤르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맨유에 있으면서 366경기에서 126골을 넣은 ‘맨유의 전설’이다. 나는 골대와 골키퍼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하는 순간 판단력이 있어야 골 결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솔샤르는 정반대로 말했다. ‘골대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단순한 진리를 믿고 기계적인 반복 훈련으로 공을 골대 안으로 보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슛은 차는 것(kick)이 아니라 갖다 대는 것(touch)”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솔샤르의 비법대로 골을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골을 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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