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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판계 200억지원 확정…"유통망 바로잡자" 한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기대한 바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발등의 불은 끌 수 있을 것 같다."

연쇄도산의 위기에 처한 출판계에 대한 정부의 2백억원 긴급지원 결정에 대한 출판계의 대체적 반응이다. 출판계가 요구하고 대통령이 지시한 5백억원이 모두 집행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2백억원 지원이 확정됨으로써 꽉 막힌 도서유통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건국 이래 정부가 이처럼 출판계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며 "모처럼 책을 이해하는 정부가 탄생해 기대가 크다" 고 말했다.

출판계 내부에서는 '이제 시작' 이라는 각오가 지배적이다.

나라 전체가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한 업종에 일종의 정책자금이 수혈된 만큼 심기일전해 정부의 지원금을 출판업계 전체의 근본적 개혁에 써야 한다는 것. 출판계를 대표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나춘호) 는 출판인프라 구축을 서두를 작정. 건전한 대형유통망 확립과 출판 전산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일선 출판인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한울출판사 김종수 대표는 "출판계의 총의를 모아 전산망 개설 등 무너진 유통망의 재건에 힘을 모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지성사 이원중 대표도 "2백억원 지원이 업계 전체의 회생에는 부족한 금액인 만큼 많은 일을 벌이지 말고 유통 하나라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고 말했다.

출판계에서는 현재 건실한 도매상 집중지원, 부도난 도매상들의 통폐합, 제3의 유통기구 신설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공론화된 의견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와 출판계가 합의할 문제도 남아 있다.

2백억원에 대한 금리와 지원금에 대한 출판계의 담보 제공 등이다.

출판협회는 현재 업계가 담보능력이 고갈된 상황이라 우선 출판금고에 지원금을 끌어당기고 이후에 구체적 조건을 협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가 실무를 맡은 나머지 3백억원의 처리도 초미의 관심거리. 재경부는 은행의 우대금리인 14.5%를 적용해 출판계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출판인들은 한 자리 숫자로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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