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랑과평화' 데뷔 20년만에 첫 단독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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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주 그룹 '사랑과 평화' 가 한 음악 케이블채널의 쇼 녹화출연을 위해 연습실에 들어섰을 때 따라간 스탭진은 크게 당황했다.

중학생이나 쓸만한 몇만원짜리 앰프에다 줄 하나가 뜯겨져나간 기타, 심벌즈 없는 드럼등 성한 연장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5명 멤버는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눈짓만으로 코드와 리듬을 척척 맞춰가며 펑키리듬을 능란하게 연주했다.

순식간에 녹화를 마친 이들은 오랜만의 공연연습을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

78년 '한동안 뜸했었지' 와 79년 '장미' 등 펑키리듬을 멋지게 접목한 노래로 사랑받은 사랑과 평화가 데뷔20년만에 첫 단독콘서트를 갖는다.

27~29일 서울 정동문화예술회관 (02 - 778 - 0693)에서다.

데뷔직후 체육관에서 여러 가수와 합동 '리사이틀' 을 가지기는 했지만 소극장 단독무대는 이번이 처음. 리더 최이철 (보컬겸 기타) 을 비롯해 불혹을 넘긴 음악인들이 소풍 전날밤 어린이처럼 설레며 리허설에 열심이다.

이 그룹은 자유자재로 당기고 미는 꽈배기 맛의 펑키리듬을 히트시킴으로써 펑키의 대중화에 이바지했다.

(요즘 인기있는 박진영의 '허니' 도 펑키리듬이다) 콧수염가수 이장희의 기획으로 탄생한 사랑과 평화는 처음부터 중견 뮤지션들이 뭉친 본격 연주밴드였다.

이남이.송홍섭.빛과 소금.김광민.정원영.김명곤 등 걸출한 뮤지션들이 모두 이 그룹에서 배출됐다.

80년대말 이남이의 히트곡 '울고 싶어라' 와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 은 이들이 그룹 참여 당시 만든 곡이다.

사랑과 평화는 현재 별다른 히트곡없이 세션활동으로 생계를 이으면서도 음반취입을 계속 (95년 5집을 냈다) 해 국내 최장수 그룹의 하나가 되어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동안 뜸했었지' '장미' 등 히트곡과 이들이 갈고닦아온 각종 퓨전재즈 넘버들이 연주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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