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그룹 '들국화' 10년만에 전원합류 5월 자선콘서트 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비교는 바보들의 놀이" 80년대를 수놓은 록그룹 들국화의 멤버 최성원이 자신의 첫 독집에 실은 이 노래 가사는 잘나가던 그룹의 돌연한 해체 원인을 암시한다.

멤버 전원이 스타로 뜨면서 묘하게 불붙은 각자의 자존심 경쟁이 그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몬 것이다.

알량한 비교의식 때문에 그룹의 아름다운 화음이 깨졌다고 이 노래는 아파하고있다.

그 들국화 멤버들이 해체 10년만에 애증의 강을 건너 다시 뭉친다.

'꽃들에게 희망을' 이란 타이틀로 5월중 열릴 이 공연은 실업기금 조성을 위한 자선콘서트로 마련된다.

그룹 핵심으로 탁월한 화음을 만들어냈던 보컬 전인권과 베이시스트 최성원이 극적으로 손을 잡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로 둘 못지않게 팬이 많았던 손진태.최구희 (기타) , 주찬권 (드럼) , 그리고 85년 데뷔직후 미국에 이민간 조덕환 (기타및 작곡담당) 까지 전원 합류하는 초유의 공연이다.

88년 KBS88체육관에서 마지막공연을 가졌던 들국화는 그후 재결합설이 무수히 나돌았다.

그러나 직선적이고 저돌적인 성격의 전인권과 내성적이고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인 최성원의 성격차는 쉽게 결합을 보지 못했고 결국 재결성이 되더라도 둘중 하나는 빠진 형태가 되리란 우려가 커졌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캐나다 토론토에 요양차 가있던 키보드주자 허성욱이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재결합의 동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동료의 죽음으로 새삼 세월의 흐름을 깨달은 멤버들은 의례적인 추모공연보다는 자신들을 돌아보는 '재조명 콘서트' 를 해볼 때라고 합의한 것이다.

여기에는 동시대를 호흡했던 30.40대 팬들이 경제적으로 곤궁해진 현실에서 그들에게 힘을 주자는 뜻도 크게 작용했다.

1만원선의 염가로 책정될 입장수입 전액을 실업기금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 그것.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등 내놓는 족족 히트했던 노래들과 멤버들이 만들어둔 신곡이 교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기획자 김해식씨는 "한영애.강산에.김종서등 뜻이 통하는 동료 뮤지션과 함께 순수했던 옛 정신을 살리는 무대를 만들 것" 이라고 다짐한다.

이 공연은 실황음반으로도 제작돼 사실상 10년만의 들국화 신보로 등재될 전망이며, 멤버들은 앞으로 각자 개인활동을 하면서 프로젝트 성격의 그룹 음반을 꾸준히 낼 계획으로 있다.

들국화의 매력은 암반을 뚫고 솟아나온 듯한 순수하고 격렬한 사운드로 암울한 시대를 살던 80년대 젊은이들의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데 있었다.

지금은 들국화의 프리미엄이 되주었던 언더그라운드가 흔한 상품이 되어버렸고 팬들이던 10~20대는 기성세대로 성장했다.

다시 뭉치는 들국화는 그 때의 순수했던 정열을 되살리고, 당시 젊은이들의 실존적 고뇌를 포착했던 음악적 촉수를 후배들에게 보여줘야할 과제를 안고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