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사, 촌지관행 여전…음성적 자율학습비 모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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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金모 (36.광주시북구문흥동) 씨는 요즘 담임교사의 전화에 시달린다고 한다.

신학기초 가정방문때 상담할 만큼 했는데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교실로 한번 찾아와 달라" 며 학교방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IMF한파로 아빠가 실직당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는 金씨는 "담임교사의 전화 의미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이라고 한탄했다.

또 광주시내 일부 고교에서는 지방교육자치법과 부당찬조금 모금 금지법에 따라 징수할 수 없게 된 자율학습비를 음성적으로 모금하고 있다.

이처럼 광주시내 일부 교사와 학교당국이 아직도 '학부모가 겪는 IMF 고통' 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녹색소비자문제연구원이 학부모 1백79명 (응답자 기준) 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10명 가운데 2명꼴로 교사에게 직접 돈봉투를 건네줬다고 답변했다.

또 10명 가운데 7명은 다른 학부모들도 촌지를 주고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촌지를 주는 이유에 대해선 ▶우리 아이만 안주면 손해볼 것 같아 (50%) ▶감사 표시를 해야하기 때문 (26.9%) ▶교사들이 은근한 방법으로 요구하기 때문 (21%) 이라고 답했다.

학부모들은 또 지난해 3월 실시한 교단자정선언에 대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별 각성이 없는 것 같다' (70.7%) , '상부에서 시켜서 하는 것 같다' (17.7%) 는 반응을 보였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최근 모여고에서 1학년 학부모 대표를 내세워 각 가정에 전화를 걸어 자율학습비 명목으로 10만원씩 입금토록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모고교에서도 학부모 대표를 통해 은행계좌로 연간 자율학습비 30만원씩 납부토록 한 것으로 드러나 전교조측이 전체 고교에 대한 정확한 징수사례 조사에 나섰다.

소비연 김성희 (金聖姬) 원장은 "촌지 관행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이를 과감히 뿌리치는 교사의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광주 =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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