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대통령 '이인제 북풍' 알았었다…권영해씨 보고받고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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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7대선 전 권영해 당시안기부장이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에게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측의 대북 접촉내용을 보고했으나 金전대통령이 이를 묵살토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대선기간중 YS의 미묘한 행적을 말해주는 것으로 주목되는데 이인제후보를 밀기 위함인지,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서인지 여부 등은 아직 확실치 않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안기부 수사결과 權전부장은 지난해 11월말 이인제후보가 동서인 조철호 (趙哲鎬) 동양일보사장을 통해 북측과 접촉하는 등 李후보의 대북 교섭내용을 金전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며 "YS가 이를 묵살한 것은 이 사실을 발표할 경우 김대중 (金大中).이회창후보 및 이인제후보의 3파전 구도가 이회창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 같다" 고 밝혔다.

이인제후보의 대북 접촉내용은 대체로 '이대성 (李大成) 파일' 과 일치한다는 것. 이대성 파일엔 지난해 6월 북한 대남공작원이 평양에서 흑금성에게 여야 후보와 이인제후보의 동서인 趙사장과 접촉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돼있다.

이어 10월초 평소 북한문제로 중국 출입이 잦은 趙사장이 흑금성의 안내로 베이징 (北京) 을 방문, 안병수 (安炳洙) 조평통위원장대리와 만나 대선에서 상호 협력할 것으로 제안받았다는 것이다.

安위원장은 李후보가 북측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같은달 22일께 趙사장을 다시 만나 金후보 측근의 북한 접촉내용과 金후보의 대북 관련사실에 대한 오익제 (吳益濟) 의 증언 (비디오테이프) 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11월말 이인제후보가 사실상 집권 가능성이 없어지자 북한 공작원은 베이징 켐핀스키호텔에서 흑금성에게 이인제후보 지원중단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이대성 파일에 담겨 있다.

이와 관련, 趙사장이 이인제후보와 의견조율을 거쳐 사실상 북측과 협상을 벌였다는 것이 당시 權부장의 보고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다른 안기부 문건엔 흑금성의 지원을 다짐받은 趙사장이 신당의 정강정책을 팩스로 보낸 첩보 등이 기록돼 있다는 전언이다.

안기부 관계자는 이 팩스를 확인한데 이어 이인제후보가 서울양재동 소재 교육문화회관에서 흑금성을 만났다는 첩보 등에 따라 權전부장이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인제 국민신당 고문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북측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 며 "대선 초기 안기부측에서 대선 협력의사를 밝혀왔으나 즉각 거절했다" 고 밝혔다.

趙사장도 "베이징에 간 것은 사실이나 북한 공작원을 만난 일은 없다" 고 주장했다.

안기부는 현재 국민신당 관련부분을 정밀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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