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모델 미국 CIA는 어떻게 변했나… 의회·여론 끝없는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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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풍사건' 의 파장으로 안기부의 전면적인 개혁이 도마위에 올랐다.

안기부가 모델로 삼았던 미 CIA도 지난 47년 창설된 이래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다.

의회와 언론의 견제를 받으며 변신을 거듭해온 CIA의 변천과정을 소개한다.

편집자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주 북부의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에는 두개의 조형물이 있다.

하나는 무너진 베를린 장벽의 일부를 가져다 놓은 것이고 또 하나는 임무 수행 중 사망한 요원들 70명을 상징하는 70개의 황금 별이 새겨져 있는 조형물이다.

47년 트루먼 대통령에 의해 창설된 CIA처럼 걸핏하면 긍지를 구기고 '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던 미 정부기관도 별로 없다.

CIA는 냉전이 끝난 90년대 초부터 계속 변신 압력에 시달려왔다.

86년 이란.콘트라 스캔들 (레바논에 억류당한 미국 인질 석방지원을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팔고, 의회에 보고하지 않은 채 니카라과의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비밀 공작) 이후 '나쁜 평판' 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CIA는 냉전이 끝나자 언론과 의회.행정부로부터 "변해야 한다" 는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다.

더구나 94년 모스크바 주재 CIA 첩보 책임자이던 앨드리크 에임스가 미국의 비밀을 소련에 팔아넘겨왔던 사건이 터지면서는 'CIA 해체론' 까지 나왔다.

이에 94년 10월 미 의회는 CIA의 개혁을 포함, 국가정보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95년 클린턴 대통령은 정부와 의회가 선정한 17명의 전문가로 짜여진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7명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95년 3월부터 1년간 활동하며 84명의 증인들로부터 증언을 듣고 2백명 이상을 인터뷰해 96년 3월 장문의 보고서를 '공개' 했다.

이 보고서는 CIA의 인원.조직을 대폭 줄이거나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있지 않다.

대신 국가 안보를 위한 정보 조직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국가정보 관리 체계의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정부안에 '소비자 위원회' 를 새로 구성, 정보기관 (생산자) 대표와 정보를 받아 이용하는 정부기관 (소비자) 의 대표들이 자주 만나 정보 수집.분석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수시로 평가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또 경제정보의 중요성이 거론된 이후 CIA는 국무부.재무부.에너지부 등의 경제정보 수집.분석과는 달리 주로 '경제 스파이에 대한 방첩활동' 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CIA는 다른 정부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여론과 의회의 견제.감시를 받으며 바뀌고 있다.

다루는 정보는 비밀이지만 조직과 기능은 '투명' 하게 검증된다.

우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지난해 창설 50주년을 맞은 CIA가 그간 수많은 스캔들과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지만 단 한번도 특정 정권이나 대통령과 연관된 스캔들은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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