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일 바이엘사 문전박대…굴러온 15억불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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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시아 경제의 모범생으로 칭찬받는 대만이 경제 현안을 정치 쟁점화하는 무분별함과 정치권의 이권개입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독일 화학업체 바이엘사의 발걸음을 되돌려 놓고 말았다.

바이엘의 만프레드 슈나이더 회장은 18일 "대만의 제도 부문에 대한 신뢰감 결여로 투자 계획을 포기한다" 고 선언했다.

이로써 대만 타이중 (臺中)에 15억달러 규모의 화학공장을 짓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공을 들여온 바이엘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대만 또한 외국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여 21세기 첨단 기술단지를 건립하려던 이른바 '아태 운영센터' 계획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됐다.

바이엘의 투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가장 큰 이유는 대만 정치권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 대만은 당초 중앙정부인 행정원의 경제건설위원회에서 '아태 운영센터' 계획의 하나로 바이엘의 투자를 유치하려 했으나 타이중에서 현장 (縣長) 선거를 앞두고 이것이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현장 출마에 나선 일부 정치세력은 '반 (反) 바이엘 연맹' 을 조직, 폴리우레탄 수지를 만드는 중간재 TDI화학공장의 환경오염과 유해성을 과대 선전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현 (縣) 정부는 바이엘사의 영업허가증 교부를 계속 미뤄 투자계획은 4년동안이나 표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환경오염 유발업종에 대한 정치권의 '떡고물' 요구까지 거세지면서 바이엘측은 투자의욕을 잃기 시작했다는 게 대만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번 사례는 정부 당국의 고압적 자세와 행정규제로 인해 대 (對) 한국 투자를 포기했던 다우코닝 사례와 함께 아시아권의 투자환경이 얼마나 나쁜지를 말해주는 또다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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