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임직원 부인 남편 기살리기 '눈물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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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잦아진 한숨과 늘어가는 담배, 예전처럼 힘찬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19일 제일은행 본점 강당에서 열린 '남편 기 (氣) 살리기 대회' 에 참석한 이 은행 임직원 부인 2백여명은 한결같은 심정으로 남편들의 활기찬 모습을 기원했다.

이날 모임은 부실은행이란 비난에다 감원.감봉으로 의기소침해진 남편을 위로하고 돕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

국내 '제일' 의 은행에 근무한다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던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부실 은행 직원으로 전락, 내일 일을 짐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지켜본 부인들은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웠다" 며 착잡한 심경을 나눴다.

특히 이날 부인들이 남편에게 보내는 격려 편지를 낭독하는 대목에선 강당 전체가 눈물바다로 변했다.

한 지점장 부인은 "언론이 앞다퉈 제일은행의 부실내용을 머릿기사로 다룰 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간신문을 읽으며 같이 걱정하는 것 외에 아무런 보탬이 못돼 안타까웠다" 며 울먹였다.

이 부인은 또 "남편이 동고동락하던 부하직원과 동료를 떠나 보낸 부담감에 매주 함께하는 등산길에서 땅만 보고 걷는다" 면서 "예전처럼 주변 경치도 둘러보던 모습이 그립다" 고 말을 잇지 못했다.

부인들이 손수건을 적시자 안내를 맡았던 은행 직원들도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다.

류시열 (柳時烈) 행장으로부터 은행현황 설명과 당부를 듣고는 앞으로 반상회에 꼬박꼬박 나가 은행의 장점을 설명하고 예금 권유도 하기로 했다.

홍보용 팸플릿과 기념품을 주섬주섬 챙겨 핸드백에 넣고 일어서던 부인들은 마지막으로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우리 남편 화이팅."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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