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 닭' 꼬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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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몸에서 녹색 형광이 나는 닭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김태완 교수팀은 건국대 이훈택 교수팀.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박사팀.충남대 형질전환복제돼지연구센터 등 4개 공동연구팀과 함께 계란에 형광을 내는 해파리 유전자를 넣어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 계란에 형광유전자를 주입한 뒤 부화한 병아리는 일반 빛에서는 형광이 나타나지 않지만(右) 자외선을 쪼일 때는 푸르스름한 빛이 보인다(左).

이 병아리는 햇빛 아래서 보면 일반 병아리와 차이가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 자외선을 비추면 푸르스름한 형광이 머리.벼슬 등 몸 곳곳에서 나온다. 연구 결과는 국제 생물 관련 학술지인 생화학.생물물리연구 7월호에 실렸다.

이처럼 계란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면 인터페론 등 고가의 치료용 단백질을 계란에서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닭의 경우 계란에서 부화에 이르는 기간이 21일로 아주 짧아 염소나 돼지 등 포유류보다 이런 단백질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계란을 구성하는 단백질도 여덟 종류로 아주 적어 그중에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분리하기가 쉽다.

계란의 유전자 변형은 유전자를 계란 안으로 운반하는 바이러스를 사용했다. 그 바이러스에 유전자를 실어 계란 안에 집어넣으면 계란의 유전자에 형광유전자가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이 결과 부화되는 병아리 세포 곳곳에 형광유전자에 의한 형광이 나타나게 된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쥐.돼지.물고기 등에 녹색 형광유전자를 주입해 유전자를 변형한 사례가 있지만 닭에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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