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마늘·참깨 찾아라" 새 밀수 경계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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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참깨와 마늘을 잡아라. ' 관세청이 올들어 일선 세관 조사요원들에게 내린 특명이다.

IMF 한파라는 급속한 경제환경 변화를 맞아 밀수행태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껏 밀수품하면 첫 손가락에 꼽혀온 금괴.보석.전자제품 등은 자취를 감춰가는 대신 참깨.마늘 등 농산물 밀수가 급증하고 있다.

인천세관 조사1과는 지난달 16일 시가 30억원 상당의 중국산 마늘 5백t을 수출용 원자재로 위장해 밀수입한 방모씨를 검거했다.

또 부산세관은 같은달 10일 화물선 선원 조모씨가 1억원 상당의 참깨 21t을 일본에서 수입화물로 위장해 밀반입한 후 트럭에 옮겨싣던 현장을 적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2월말까지 두달새 농산물 밀수 검거실적은 모두 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원에 비해 무려 15배나 늘었다.

주종은 단연 참깨와 마늘이다.

참깨 검거실적은 지난해 1~2월 1억6천만원이던 것이 올해 14억원으로 9배 가까이 늘었고, 마늘은 지난해 같은 기간중 전혀 없던 것이 올해는 32억원어치나 적발됐다.

이처럼 농산물 밀수가 판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국내외 가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환율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부 농산물의 국내외 가격차는 아직 엄청나다" 면서 "이에 따라 요즘 밀수꾼들이 실익이 없어진 보석류 등을 포기하고 농산물쪽으로 몰리고 있다" 고 설명했다.

참깨의 국내 도매가격은 현재 ㎏당 1만3백원선으로 중국 (1천6백원선)에 비해 6배이상 높다.

외환위기 전에는 10배를 넘다가 많이 줄어든 것이 그렇다.

또 마늘은 국내값이 ㎏당 1천9백원선으로 중국 (5백원선) 보다 4배 가까이 높다.

때문에 참깨.마늘엔 현재 4백~6백%의 높은 양허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비해 전통적 밀수품들은 급속히 꼬리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4억5천만원어치가 적발됐던 금괴는 올들어 완전히 사라졌다.

환율급등으로 국내 금값이 오히려 국제 금값보다 싸져 밀수입해봐야 손해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요즘 거꾸로 금의 밀수출을 감시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김포세관은 지난달 14억원어치의 금괴 밀수출 현장을 사상 처음으로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이밖에 밀수입 보석류가 올 1~2월새 1억원어치 적발돼 지난해보다 44% 줄었고 전자제품은 2천만원어치로 90%나 급감했다.

또 화장품이 1천3백만원으로 88% 감소했고 시계도 1천4백만원으로 90% 줄었다.

이들 사치성 소비재의 밀수 감소는 국내외 가격차의 축소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절약하는 생활태도로 수요자체가 말라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관세청 윤석기 (尹錫基) 조사과장은 "과거 농산물 밀수는 공해상에서 어선을 이용하는 방식이 주종을 이뤘으나 요즘은 원자재를 위장해 컨테이너째로 들여오는 등 대담해지고 또 조직화하고 있다" 면서 "밀수 조사인력을 농산물쪽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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