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지문 강제 채취는 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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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라도 본인이 지문채취를 거부하는 경우 영장없이는 이를 강행할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12일 술에 취해 동료와 다툰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박모(48)씨가 "조사과정에서 경찰관 7명이 강제로 지문을 채취했다"며 낸 진정에 대해 '인권침해'라며 이같이 결정했다. 해당 경찰관들에게는 인권교육을 시킬 것을 권고했다.

박씨가 경찰에 연행된 것은 지난해 2월. 경찰은 박씨에게 "본인 확인을 위해 지장을 찍으라"고 요구했으나 박씨가 이를 거절하자 팔을 비트는 등 강제로 박씨의 지문을 찍었다. 경찰은 체포된 피의자가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지문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도록 규정한 현행 법을 근거로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지문채취는 일종의 '강제처분'으로 이를 위해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현행범의 체포▶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영장없이 강제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실시 중인 불심검문과 관련, 인권위는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경우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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