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형 총재대행 '연합공천' 검토]국민신당과 손잡고 한나라당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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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당이 오는 6월4일 지자체선거와 관련, 부산.울산.경남 등 이른바 PK지역에서 국민신당과의 연합공천을 검토하고 있다.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도 "제3당과의 연합공천을 고려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제3당' 이 국민신당을 지칭하는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런 구상의 타깃은 당연히 한나라당이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을 국민회의.자민련.국민신당이 포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합공천을 하면 호남과 충청지역은 물론 서울.경기.인천지역에서도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부산.경남에서 일정부분 기반을 갖고 있는 국민신당이 연합공천에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들은 도처에서 고전할 게 분명하다.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한나라당을 '지역당' 으로 전락시키는 게 여권이 구상하는 단기적 목표다.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정계개편이다.

여권은 특히 최근 국회에서의 총리임명동의안 처리문제를 둘러싼 정국파행의 과정에서 여소야대의 한계를 실감했다.

국회의원 재적수의 과반을 차지하는 단일야당을 그대로 두고는 국정운영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대체로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직접 흡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칫 무리수를 둘 경우 야당의 반발에 직면하게 될 소지가 많다.

다른 하나는 우회경로를 통한 정계개편이다.

한나라당의 내분으로 새로운 당이 만들어져도 좋고, 한나라당 이탈 세력이 여당 또는 국민신당으로 흡수되더라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신당에 PK지역 공천을 맡긴다는 것은 이런 한나라당내 핵분열에 촉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야당와해 공작' 이란 비판에서 한 발 비켜나 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국민회의로선 파트너인 자민련이 갑자기 커지는 것도 견제할 수 있는 부수이익이 생긴다.

국민신당이 국민회의.자민련과의 공조하에 PK지역에서 공천하게 되면 한나라당 소속의 이 지역 출신 민주계 의원들도 흔들릴 수 있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내 민주계의 기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민신당도 민주계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국민신당측 일부인사들도 국민회의측 핵심세력과의 접촉을 통해 연합공천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어느 지역 한군데서도 확실한 선두 확보를 못하는 국민신당은 자구책으로 지지가 겹치는 한나라당보다 여권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구상은 더 나아가서는 김대중대통령과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의 제휴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현재 金전대통령측은 현정권과의 화해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金전대통령이 총리 동의안 처리문제와 관련, 민주계 직계의원들에게 전화해 지지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회의는 이런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자민련.국민신당과의 합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지도 모른다.

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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