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소나무가 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 2절의 한 소절이다. 50년 뒤엔 애국가를 개사해야 할지 모른다.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가 워낙 빨라서 기온에 민감한 소나무가 서울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소나무는 동쪽으로 울릉도, 서쪽으로 홍도, 남쪽으로 서귀포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영역에 걸쳐 분포돼 있다. 북위 33도인 제주도 한라산에서 북위 43도인 함경북도 증산에 이르는 온대지역에 자라고 있다.

그러나 기온이 계속 상승하게 되면 온대 수종인 소나무가 현재의 분포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 소나무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수종이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이동근 교수는 1998년에 진주와 전주 지역에서 발생한 소나무 임목의 쇠퇴현상을 조사한 적이 있다. 98년은 다른 해에 비해 1~3월의 기온이 높았고, 가을철(9~10월) 강수량이 적었다. 즉 겨울철이 포근하고 비가 적게 올수록 소나무는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반도의 기후온난화 전망치를 소나무의 이런 특성과 연관시켜 분석해 봤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27.5%를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가 2045년경에는 11.1%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40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 남부, 충청도, 전북 지역에서는 소나무가 자라지 않을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 속도가 지속될 경우 소나무 생육범위가 2060년 이후에는 강원산지로 국한될 것으로 예측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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