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핵 포기 결단 내릴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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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첫 단계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면 중유 공급과 함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등 5개항의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둘째 단계에선 북한이 핵 폐기를 완료하는 과정에서 항구적 안전보장은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로 간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방한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말한 '놀랄 만한 대가'의 내용이다. 이 안은 대선을 불과 몇달 앞둔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던진 '마지막 카드'다. 라이스 보좌관이 직접 나서 한국.중국.일본을 방문, 북핵 문제를 조율한 것이 이런 사정을 말해준다. 미국이 마련한 이번 제안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이전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수정안을 토대로 3개국의 협조를 얻어 빈틈없는 대북 공동전선을 형성해 보겠다는 의도로 라이스 보좌관을 순방케 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 같은 정세 변화에 대한 정확한 상황판단과 함께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고 본다. 우리는 먼저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끝까지 구사하면 얻을 것이 더 많아진다'는 구태에서 벗어나 주기 바란다. 부시 정부는 결코 북한의 '떼쓰기'에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선 후의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도 잘못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도 북한과 양자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나, 그렇다고 북핵 문제를 그냥 넘어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994년 핵위기 때 민주당 정권이 북한 핵시설을 공습하겠다고 나섰던 점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제개혁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외부 공급의 사실상 중단으로 그 후유증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 카다피의 결단을 본받아야 한다. 핵개발 완전 포기로 리비아가 누리는 혜택을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9월의 제4차 6자회담에선 북한이 핵폐기의 결단을 내리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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