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 "외교부 절체절명의 위기"

중앙일보

입력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잇단 악재에 외교부 직원들의 반성을 강하게 촉구하며 내부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반 장관은 1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18층 강당에서 직원조회를 갖고, "작금의 상황이 외교통상부로서는 위기상황으로 과장되게 말하면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여기에서 거듭나지 않으면 외교부 임직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장한 상황인식을 전했다.

이날 직원조회에는 본부에 근무하는 전 직원이 참석했다. 전 직원이 참석하는 조회는 고(故)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어 "지난 1월 17일 장관으로 취임할 당시에도 국민들로부터 도덕성과 복무자세에 대해 국민들의 질타가 거셌다"고 회고하면서, "그런데도 주기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이러한 상황이 초래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과 그에 따른 일부 직원들의 불미스런 언행, 그리고 잇단 부적절한 행동을 꼽았다.

반 장관은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배경으로 "외교부가 국민과 언론 등에 스스로 변호할 만한 도덕적 토대와 균형감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외교부 임직원들은 왜 이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국민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지 먼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는 특히 "국민들은 완벽한 복무자세와 투명한 행정절차, 흠결이 없는 도덕관을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 외교부 공무원들은 대민 봉사정신이 부족하고 임직원간에 신뢰 및 인화에 문제가 있으며, 조직 응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태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일로 인해 외교통상부가 국민과 참여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면서 "이를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반 장관은 그럼에도 "대부분의 외교부 공무원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투철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업무에 묵묵히 임해왔다"며 "특히 북핵문제, 한미동맹 재조정,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추가파병 등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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