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성장의 그늘

　경북 영주시는 41곳에 태양광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사업 허가를 받은 태양광발전소는 2006년 이후 122곳에, 지난 한 해만 76곳에 이른다. 영주가 일조량이 많은 편인 데다 눈·비가 적고 땅값이 저렴해 사업자들이 몰려든 때문이다. 영주시의 일조량은 하루 평균 7.1시간으로 전국 평균(6.3시간)을 웃돈다.

올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새로 사업 허가를 낸 27곳 중 4곳이 허가를 반납했다. 영주시 경제활성화팀 에너지개발 분야 최점열씨는 “경기 침체에다 태양광발전 사업 확대에 앞장서던 정부가 최근 지원 정책을 바꾸면서 태양광발전소 건설 붐이 주춤해졌다”고 말했다.

녹색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하던 태양광발전소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민간 사업자의 태양광발전 전력의 생산 가격을 보전·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환율 급등으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등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2900여 건의 태양광발전소가 허가를 받은 상태며 이 가운데 907건이 가동, 410㎿ 가량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경북 지역에서 허가받은 업체 507곳 중 34곳이 허가를 반납했고, 320곳은 허가만 받아 놓고 공사를 미루고 있다. 전북 지역에선 544곳이 태양광 건설 허가를 받아 65곳이 자진 반납하는 등 210곳이 미착공 상태다.

◆“종잡을 수 없는 정부 정책”=C사는 최근 영주시에 2.3㎿ 태양광발전소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인·허가를 받는 데만 3년이 걸렸다. 그 사이 정부의 지원 정책이 바뀌었다. 정부가 4월 말 태양광발전 차액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태양광발전 차액 지원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과 기존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의 생산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당초 2011년까지 전국적으로 500㎿(1㎿는 1000㎾) 범위에서 매년 제한 없이 차액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참여 업체가 급증하자 정부는 올해 50㎿, 내년 70㎿ 범위에서만 지원하고 2012년부터 지원 자체를 폐지키로 했다.

C사는 5월 중순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올해 신청 발전용량이 50㎿를 넘어서 지원 범위에 들지 못했다. C사 관계자는 “준공을 서두르기 위해 효율이 떨어지는 국산 모듈(태양 전지판)을 설치하고 있다”며 “정부를 믿다가 발등 찍힌 꼴”이라고 말했다. 국산 모듈은 1년간 가동하면 수입품에 비해 2억원이나 손실이 난다고 한다.

호남권에는 현재 620여 개 태양광 관련 업체가 산재해 있다. 태양광발전소의 허가만 전북과 전남을 합쳐 1300여 건에 달해 전국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사업자, 태양전지와 모듈 제조업체, 부품 소재업체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서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준비 중인 H사는 “최소 6개월에서 3년가량 준비해 자재를 수입하는데 갑작스레 정책을 바꿔 경영상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주민 갈등도 여전=태양광발전이 특성상 해가 잘 드는 곳을 찾으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져 공사가 늦어지는 곳도 있다. J사는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 1500㎾ 규모의 발전소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7월 경북도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인근 의성요양병원 이동걸(48) 이사는 “발전소 부지 2만8500㎡가 병원 뒤편에 위치해 햇빛 반사와 온도 상승 등으로 치매·중풍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의성군에 청원했다”고 말했다.

발전소가 야산에 들어서 금강소나무 등 산림 훼손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울진군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겠다며 인·허가를 신청하는 사업자에게 부정적인 편이다. 일부 사업자가 에너지 사업보다 금강소나무 반출이 속셈이라는 것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태양광 에너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많아질 것”이라며 “부지만 조성하고 중단한 곳은 산사태, 식수원 오염 등 자연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광주=송의호·이해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