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간여 / 관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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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와 관련한 재판 과정에서 한 대법관이 전자우편을 보내 진행을 재촉한 사실을 두고 대부분의 신문이 ‘재판 관여’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관여(關與)’가 맞느냐, ‘간여(干與)’가 맞느냐 말들이 제법 오고 갔다. 이럴 땐 사전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관여’는 어떤 일에 관계하여 참여함이란 뜻이고, ‘간여’는 어떤 일에 끼어들어 참견함이란 뜻이니 여기서 답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관여’와 ‘간여’의 뜻풀이도 ‘참여’와 ‘참견’에서 차이가 있으니 이것부터 알아보는 게 우선이다.

‘참여’는 어떤 일에 끼어들어 관계함이란 의미이고, ‘참견’은 자기와 별로 관계없는 일이나 말 따위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간섭함이란 뜻이다. 이를 통해 ‘참여’는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것이, ‘참견’은 쓸데없이 간여한다는 것이 초점이란 걸 알 수 있다. 그 대법관이 한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관여’보다는 ‘간여’ 쪽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쓸데없이 참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 경우 ‘개입’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이 건과 관련해 ‘재판 개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주 눈에 띈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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