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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엘리트가 바뀐다]3.<끝>전문가시대…내각 구성의 특징(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력과 기능면에서 본 김대중 (金大中) 정부 파워엘리트의 특징은 정치인과 엘리트 전문관료의 결합으로 요약할 수 있다.

DJ가 임명한 장관급 인사 (국무총리 포함) 25명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5명이 정치인 출신이다.

그러나 행정부의 안살림을 책임질 차관급 인사들 가운데 정치인 출신은 한명도 없다.

지난 8일 발표된 차관급 인사 38명 가운데 32명이 내부에서 기용된 전문관료였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도 차관급 인선명단을 발표하면서 "내부 승진, 해당 업무의 전문성과 근무성적 등이 중요한 인선기준이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인사는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라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로 인해 정치인들이 정부 인수에 나설 수밖에 없지만 전문관료들을 최대한 포용해 해당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크노크라트 (전문관료) 출신 장.차관들의 면면을 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문성과 업무수행 능력면에서 돋보이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재경부를 맡은 이규성장관이나 정덕구 (鄭德龜) 차관, 노동부의 이기호장관.안영수 (安榮秀) 차관 등이 전형적인 예. 외환위기 극복 (재경부) 과 실업대책 (노동부) 이라는 최대의 현안이 걸려있는 두 부처에 정치인을 배제하고 테크노크라트를 중용한 점은 DJ 용병술 수준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정치인 장관들을 보좌하는 선준영 (宣晙英) 외통부차관.한덕수 (韓悳洙) 통상교섭본부장, 석영철 (石泳哲) 행정자치.송옥환 (宋鈺煥) 과기.신현웅 (辛鉉雄) 문화.최홍건 (崔弘健) 산업.최선정 (崔善政) 복지.정진승 (鄭鎭勝) 환경.전승규 (全昇圭) 해양부차관 등은 부내에서 엘리트 관료로 인정받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실무능력에 국제감각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행정.사법시험 등 고시파 인맥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테크노크라트 집단에 세대교체와 물갈이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파워 엘리트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다.

차관급 인사들의 경우 23명의 고시파 가운데 행시 10회이후가 8명으로 3분의1이 넘는다.

앞으로 부처별 후속인사에서 이들이 차관이나 외청장으로 들어선 기관에서는 세대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민간 전문가들이 속속 파워 엘리트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미 김태동 (金泰東) 경제수석을 비롯한 경실련 참여파가 대거 기용됐으며, 대통령 직속 경제대책 조정회의 10인 멤버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안충영 (安忠榮) 중앙대교수, 한국개발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진순 (李鎭淳) 숭실대교수 등이 좋은 예다.

이밖에도 정부개편 과정에서 핵심기관으로 등장한 기획예산위원회나 통상교섭본부 등에 민간 전문가들을 발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혀두고 있다.

이런 방침은 새 정부가 학계를 '푸대접' 한다는 비판을 희석시키면서 새로운 파워 엘리트 집단의 전문성을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같은 정치인과 엘리트 관료들간의 결합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냐는 점이다.

기업으로 치면 새로 들어선 대주주와 월급쟁이 전문경영인 사이에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만 IMF체제를 극복하면서 21세기를 새롭게 맞이하는 대업 (大業) 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광웅 (金光雄) 교수는 이를 위해 "정치인 출신 엘리트들이 스스로를 행정에 적응시켜야 한다" 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리 (黨利) 나 지역구 사정에 쫓기는 정치인 장관들이 전횡을 할 경우 행정이 정치에 오염돼 버려 '국민의 정부' 의 성공을 기약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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