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자리 못 만드는 고용장려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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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세운 하반기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나기 위해선 기업 투자가 늘어나야 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정부 역시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상반기 내내 정부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외쳐왔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 들어 20여개가 넘는 각종 경제대책이 발표되었지만 경제 상황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하반기 경제가 상반기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이다 보니 정부가 임시로나마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채용장려금 제도를 하반기에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보험기금까지 헐어 채용장려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걱정이다. 중소기업들은 자금지원보다 경기 회복을 더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는 재정경제부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나듯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태에서 채용장려금을 늘려도 기업들이 쉽사리 사람을 뽑지 않을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150억원의 예산을 잡아놓은 중장년 훈련수료자 채용장려금이 올 들어 4월까지 200만원밖에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채용장려금의 한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 기업들이 친지 등을 편법으로 고용해 돈만 받으려는 유혹에 사로잡히게 만들 수도 있다. 고용보험기금만 허비하고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대로 투자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 못지않게 불확실한 기업 경영환경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도록 스스로를 점검하고, 정치권과 노조 등을 앞장서 설득하는 것이다. 미봉책에 불과한 채용장려금 제도를 내놓는 데 그쳐서는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