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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요금 무료화 어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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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서울특별시의 버스 교통체계 개편 취지는 좋은데 준비부족 등으로 시민 불편이 크다. 그동안 도로 건설이나 지하철에 비해 버스는 정책적 관심에서 소홀했는데 이번 서울시의 버스정책 개혁은 교통정책에서 버스에 대한 우선순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아 차제에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지하철과 버스, 버스와 버스 간 환승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확대하고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을 근접시켜야 한다. 저상버스 도입 등 버스를 고급화하고 버스 운행의 정시성을 강화하며 버스 도착정보 제공 등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대중교통 요금을 저렴하게 해야 한다. 대도시의 경우 환승요금을 무료로 하거나 대폭 할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버스회사가 적자가 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과연 부담할 수 있는가? 환승비용을 무료로 하거나 대폭 할인할 경우 예상 적자는 전문가가 면밀히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지만 그렇게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환승금액이 낮아지면 전체 승객이 늘어나 버스회사 총적자는 생각보다 적거나 오히려 총수입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로 인천광역시는 최근 버스 간 환승요금을 무료로 하였는데 버스회사 수입이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 5월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승객수는 20%, 수입은 13%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시도 버스의 수송분담률이 27%이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적자가 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주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지하철공사는 공기업이므로 괜찮고 버스회사는 민간기업이므로 곤란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본다. 보조금 지원의 타당성은 보조금을 받는 기관의 성격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원의 합목적성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연간 도로건설 투자에 15조원 이상이 투입되고 지하철 건설과 운영에 3조원이 투입되는 데 비해 버스는 2500억원 정도 투입되고 있다. 버스타는 사람이 늘어나면 승용차 운행이 줄어 도로건설 비용이나 환경오염 방지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재정부담도 생각보다는 적을 것이다.

게다가 대중교통 수단 요금을 낮게 하면 저소득층 생활비도 절감되어 소득 분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환승 비용을 무료로 하고 있고 세계 다른 대도시도 환승 비용을 할인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하는 광역교통 행정기구의 신설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지하철.버스 교통체계는 경기도.인천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건교부.서울.경기.인천 모두 참여하는 광역교통 행정기구를 설치해 도로 투자 계획과 버스노선 등을 종합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도쿄(東京).런던.파리 등 외국의 주요 대도시도 광역교통 행정기구를 두고 있다.

넷째,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직장과 주택을 근접시키는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서울시내의 주거용 건물의 고밀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무실 빌딩이나 공장, 유통시설 등은 서울에서 억제해 외곽으로 유도하되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은 지역 사정에 따라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즉 직장은 서울에 있는데 주택은 용인 등 서울 외곽에서 공급되니 엄청난 교통수요가 발생하므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장이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도심의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개발이익의 환수제도 등 예상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종찬 한양대 초빙교수.전 건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