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있었던 일처럼"…'알포인트' 실화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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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몇년 전 미국의 공포영화인 '블레어 윗치'(1999)가 화제를 뿌린 적이 있다. 제작비가 6만달러(약 7200백만원)밖에 안 든 저예산영화였는데도 1억5000만달러(약 2100억원)의 거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바로 허를 찌른 마케팅 전략이었다. 완벽하게 가짜로 꾸며낸 각본인데도 마치 기록영화처럼 가장해 관객의 호기심을 끄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블레어 윗치'를 연상시키는 마케팅 기법이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오는 8월 13일 개봉 예정이 전쟁 호러 영화 '알포인트'(씨앤필름 제작)다. 지난 1일 오픈한 '알포인트' 홈페이지(www.rpoint.co.kr)에는 '본 사이트는 최근 사망한 베트남 종군기자 앨버트 T 에번스의 유품에서 발견된 내용을 재구성한 사이트'라는 안내와 함께, 그가 남긴 취재수첩과 8㎜필름의 내용이 올라와 있다.

영화 '알포인트'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72년 베트남 사이공 남단 150㎞에 위치한 로미오 포인트라는 곳에서 실종된 병사들에게서 계속 무전이 날아오는 상황을 담은 오디오 클립과 빛바랜 에번스의 취재수첩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게시판에는 실제 월남전에 참전했던 삼촌에게 들은 실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에번스에 관한 정보를 더 얻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블레어 윗치' 냄새가 난다며 이런 장난 그만 치라는 눈치빠른 네티즌도 물론 있다. 어쨌든 궁금증이 퍼지면서 벌써 10만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다녀갔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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