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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산 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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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슈 추적  변속기(기어)는 일본 시마노, 자전거를 지탱해 주는 바퀴는 대만 알렉스, 앞바퀴 연결대인 포크는 미국 록쇽스, 조립된 자전거의 메이커를 결정하는 프레임(차체)과 핸들은 대만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입….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100만원대의 국산 브랜드를 단 고급 자전거를 뜯어본 결과다. 국산 부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15만~100만원대의 보급형 자전거는 모든 부품 생산과 조립이 100% 중국에서 이뤄진다. 우리나라 자전거 산업의 현주소다.

1990년대 초 국내에선 280만여 대의 자전거가 생산됐다. 자전거 부품업체도 60개가 넘었다. 이후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외환위기로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국내 자전거 산업은 몰락했다.

그사이 연 240만 대(2007년 기준)에 이르는 국내 자전거 시장은 외제가 점령했다. 이 중 국내 생산은 2만 대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타기 붐이 일고 있으나 정작 국내 자전거 산업의 활성화론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창원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에서 “자전거 타기 운동이 전개되면 5년 안에 (자전거 생산) 세계 3대 국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10여 개. 그나마 영세업체들이다. 삼천리·인피자·알톤스포츠 등 국내 대형 자전거 업체들은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옮겨버린 상태다.

외국에선 자전거가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해 341만 대의 자전거가 팔려 약 3조3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유명 자동차 업체 ‘푸조’가 아직도 자전거를 생산하는 이유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기어나 변속기 등 핵심 부품의 산업 기반을 회복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며 “공공 자전거 정책을 통해 국산 자전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산 부품의 쿼터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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