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우리 여성정책 개도국에 전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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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한국의 여성학과 여성정책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14일부터 두달간 페루 여성개발부 국제협력국에서 '여성학 전문가'로 파견 근무할 강선미(48) 박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이 상대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산아제한 정책,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사례 등을 페루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강 박사의 페루 행은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개발도상국 무상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전문가 파견(visiting expert)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사업은 우리나라 전문가를 개발도상국에 일정 기간(1개월~1년) 파견, 기술 지도.연구.강의.컨설팅 등을 통해 우리의 개발 경험과 전문지식을 전수하는 것이다. 1967년 에티오피아에 도시계획분야 전문가를 파견한 이래 연간 40여명이 나가고 있다. 여성이나 여성학 전문가가 뽑히기는 강 박사가 처음이다.

이화여대 대학원 사회학과 출신인 강 박사는 2002년 모교에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주한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홍보관(82~ 87년), 숭실대 기독교 사회연구소 연구원(87~ 91년), 2005 세계 여성학 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2003~ 2004년) 등을 지내 국내 여성계에서는 이론과 실무를 두루 겸비한 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강 박사는 파견 근무 중 페루가 추진 중인 5차 사회발전계획 포럼에 참가해 여성정책 분야를 자문한다. 우리나라 정부 부처의 국장급 대우에 별도의 사무실을 제공받는다.

"페루 여성들은 다산(多産)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페루 여성들을 노린 국제적인 성매매도 횡행하고요. 짧은 일정이지만 페루 여성들의 권익을 함양하는 정책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설 생각입니다."

강 박사는 "페루의 여성 정책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국가 정책개발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높다"면서 "일체의 편견 없이 전수할 것은 전수하고, 배울 것은 배워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하지윤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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