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특수 고대했건만…부동산 업계 '여름방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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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사상 초유의 거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소들. 여름방학 성수기 때의 한철 장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8월 말까지 이사하기 위해 매매나 전세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때가 7월 초다. 하지만 올해는 낌새가 없다. 주택거래신고제 등의 영향으로 매매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세수요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방학특수를 바라보던 중개업소들은 '여름장사'가 물 건너 갔다며 아우성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C공인 안모 사장은 "지난 한 달 동안 한 건의 매매거래도 하지 못했다"며 "지금 상태라면 이달에도 매매든, 전세든 계약서를 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은 더 심하다. L부동산은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매매.전세할 것 없이 한 건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때는 이틀에 한 건 정도 거래를 했다고 한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소들도 비슷한 처지다.

좋은 교육여건을 찾는 학군수요도 드물다. 강남구 대치동 B공인 이모 사장은 "전셋값을 3000만원 이상 낮춰 내놓아도 수요자들이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분당구 서현동 H공인 이모 사장은 "교육방송 위주 등 입시제도가 올 들어 바뀌면서 사교육 여건이 좋은 주거지의 매력이 반감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위축 등에 따른 역전세난의 악순환 때문으로 중개업소들은 보고 있다. 옮기고 싶어도 기존 집이 안 빠지고, 지갑을 닫으면서 굳이 돈 들여 이사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예년에 보기 드문 중개업소들의 대규모 휴가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상계동 일대 50여 중개업소들은 이달 말 한꺼번에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강남권에서도 중개업소들 간에 휴가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송파구 A공인 정모 사장은 "보통 문을 닫지는 않고 2~3일 정도 직원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가는데 올해는 아예 셔터를 내리고 1주일씩 휴가가려는 중개업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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