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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고쳐 신기 알뜰바람…매장마다 수선의뢰 고객 북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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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 시기에 고객이 늘어나 행복하겠다고요? 물건 파는 가게에 수선 맡기러 온 사람만 찾아드니 난감하기만 한데요. ”

미도파백화점 상계점 금강제화 숍마스터 (매장 책임자) 박상완 (37) 씨는 날마다 '멀리 보자' 며 마음을 다잡는다.

마음은 한 켤레라도 더 파는게 급한데 정작 늘어나는 것은 힘만 드는 수선의뢰 고객뿐이다.

그렇다고 내색했다가는 단골들이 떨어져 나갈 판이다.실제로 헌 구두를 고쳐달라는 건수가 전에는 하루 5켤레에도 못미쳤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이후 50켤레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매출은 하루 평균 1백20켤레에서 80켤레 정도로 33%나 줄었다.

에스콰이어.영에이지.소다.탠디.미스J 등 20여개 다른 제화매장도 수선 고객들로 북적거린다.

볼을 늘려달라거나 굽 교체 요구는 기본이고 '밑창.지퍼.장식을 바꾸고 색깔을 고동에서 검정으로 바꿔달라' 는 등 아예 새 구두를 달라는 것과 진배없는 주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업체마다 실비수준의 수선료 기준표가 있다.

금강구두의 경우 '굽 = 4천원, 전창 = 8천원, 지퍼 = 3천원, 장식교환 = 4천원, 염색 = 5천원' 이다.

다른 업체도 비슷한 수준이다.

시중 구두 수선방의 경우 30분~2시간이면 거뜬히 고쳐주는 데도 3~7일씩 걸리는 백화점.전문매장을 찾는 것은 수선비가 절반값 이하인 데다 순정부품을 사용하는 등 브랜드 명성을 걸고 고쳐주기 때문이다.

미도파백화점 제화담당 전광성 (37) 대리는 "신규 입점한 미스J가 '수선 완전무료' 를 선언한 뒤로 다른 곳도 웬만한 것은 무료로 해주고 있어 수선료 기준표도 의미가 없어졌다" 고 말했다.

엘리자벳.고세 등 15만~20만원 선의 고급 살롱화 브랜드 15개만 입점해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IMF이후 수선의뢰가 월평균 1백50건에서 3백건으로 두 배나 늘었다.

이같이 고쳐쓰기 붐이 일면서 인기 상품까지 바뀌었다.

그레이스백화점 미소페 숍마스터 이종필 (38) 씨는 "수선의뢰가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유행보다는 무난하고 튼튼한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 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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