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휴학사태…재학생의 절반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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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여대 4년생 (22).성신여대 2년생 (20) 인 權양 자매는 올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피자전문점에서 함께 아르바이트중이다.

이들은 이번 학기 휴학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가 부도를 내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든데다 올해 고3이 된 남동생 (18) 의 사교육비 등을 위해서다.

동생 權양은 "경제가 어려웠던 60~70년대에도 오빠.남동생을 위해 누나.여동생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느냐" 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대 4년생 (23).숙명여대 2년생 (21) 인 金양 자매도 5백만원이 넘는 두명의 등록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학교에 배정된 인근 은행의 학자금 융자신청서는 지난해 5백장보다 훨씬 적은 80장뿐으로 순식간에 동이 났다.

직장에 다니는 큰언니 (29)가 은행대출을 받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같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부도.실직상태에 빠진 가정이 늘어나고 장학금과 학자금융자 규모도 줄면서 대학가가 '눈물의 휴학' 에 젖고 있다.

서울대 철학과의 경우 올해 휴학계를 제출한 학생은 19명. 지난해 11명보다 훨씬 늘었다.

이 가운데 군입대 6명, 외국유학 2명을 제외한 11명의 휴학사유는 '가정형편' 때문. 복학생들의 휴학도 급증했다.

명지대 총학생회 朴성일 (23.무역4) 사무국장은 "군에서 제대한 복학생들이 가정형편과 취업난을 감안해 어학공부.자격증시험을 준비한다며 무더기로 휴학하고 있다" 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4년제 1백80개 대학의 휴학생 (군입대 포함) 은 36만1천여명으로 전체 재학생 1백만7천여명의 36%였으나 올해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휴학생이 늘면서 캠퍼스 곳곳의 강의실은 썰렁하다.

5일 오후 경기대 서울캠퍼스 법학과 3년생 (44명) 의 전공필수과목인 채권각론 시간. 널따란 교실에는 30명이 앉아있지만 정작 법학과 3년생은 불과 5명뿐이다.

39명이 아직 등록을 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고시를 준비하는 다른 학과 학생이다.

이같은 상황속에 각 대학들, 특히 중하위권이나 지방소재 대학들은 학생고갈 사태를 맞고 있다.

경기대 서울캠퍼스는 5일 현재 전체의 35%인 5백84명만 등록했다.

이중 관광경영학과는 4년생 38명중 6명만이 등록했다.

전북 남원의 서남대는 올해 휴학생이 재적인원의 40%인 3천31명 (지난해 2천3백여명) 이며, 전주대는 재적인원 8천7백여명의 41%인 3천6백6명 (지난해 3천3백28명) 이 휴학했다.

고수석·고정애·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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