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개혁방향…국무원·금융시스템부터 '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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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9기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무원의 지휘봉을 주고 받을 리펑 (李鵬) 과 주룽지 (朱鎔基) 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수와 개혁으로 요약된다.

李가 현상유지 성향이 강했다면 朱는 행정.금융.기업 개혁을 밀어붙이는 개혁지향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공산정권 수립 후 16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국무원을 상대로 朱는 통합.폐지.개혁 등의 3대 수단을 통해 무려 절반가량의 기구를 축소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무원내 40개 부처중 11개 부처를 폐지하거나 다른 부처에 흡수시킨다.

각 부처 산하 기구에 대한 정비도 속속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전체 공무원의 50% 가량이 앞으로 3년 안에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돈다.

금융계와 국유기업에 대한 개혁은 더욱 세차다.

효과적인 금융시스템을 도입하고 감독.관리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엉터리 금융기관의 난립과 부패.횡령 등을 철저히 차단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향후 5년은 지금까지의 50년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같은 행정.기업 개혁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실업이다.

朱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통해 실업 상태에 빠진 노동력을 흡수하는 '중국판 뉴딜정책' 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원 개혁 못지않게 금융개혁도 관건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지켜본 중국은 금융시스템의 개혁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다.

인민폐의 평가절하 문제도 골칫거리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해소되기 전 인민폐 평가절하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중국경제를 선도하는 수출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경우 사정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홍콩 = 유상철·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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