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키즈] '소원을 들어주는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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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선물
김선희 글, 이상권 그림, 웅진닷컴,120쪽,7000원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생, 이웃의 공부 잘하는 동급생 …. 온통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알았던 세상이 어느 순간 확 바뀌어 버렸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 만큼 큰 스트레스도 없다.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고 또 남과 비교 당하는 일들이 모두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생 민재도 갓 태어난 동생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뺏긴 것 같아 심통이 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아파 병원에 실려가고 민재는 어쩔 수 없이 이웃 현아네 단칸방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하지만 공부를 잘해 늘 자신과 비교되는 현아도 왠지 못마땅하다.

현아는 민재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솟대 이야기를 꺼내며 멀리 ‘목걸이 산’에 가서 솟대에 소원을 빌자고 말한다. 현아의 소원은 집을 떠난 아빠가 돌아오는 것이다. 민재의 소원은 동생이 사라지는 것. 그러나 힘들게 찾아간 목걸이산에서 결국 솟대를 찾지 못하자 민재는 현아에게 “그런 것은 세상에 없다”고 쏘아버린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서야 민재는 현아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깨닫고 미안함을 느낀다. 민재는 직접 나무를 깎아 솟대를 만들어 현아에게 선물한다. 얼마 뒤 기적처럼 현아의 아빠가 돌아오고 민재는 동생 다솜이의 건강을 비는 두번째 솟대를 만든다.

이처럼 책은 주인공 소년이 ‘나만의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깨달음을 그린 동화다. 이 세상은 나와 다른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고 다른 사람들도 제각각 소원과 불만을 갖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한번쯤 다른 이들의 꿈과 고민을 이해하고 따뜻이 보듬어 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소원을 빌어보라”는 권유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진정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깨달을 수 있고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학원과 PC에 갇혀 세상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깨닫지 못하는 아이들은 물론 은근히 이를 방조해온 어른들에게도 권할 만한 메시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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