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은행장 인선' 손대나…국민회의, '부실책임 면피 유임'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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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듯 싶었던 은행장 인사가 기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회의가 2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이번 은행주총 결과를 집중 성토한 것이다.

전날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도 톤은 다소 다르지만 '우려' 를 표명한 바 있다.

이종찬 (李鍾贊) 부총재 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취임초 조각이 지연되는 공백을 틈타 현 사태에 책임져야 할 관치금융의 핵심인사들이 다시 자리를 보전하는 결과를 가져와 문제가 크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태 (金槿泰) 부총재는 "은행장 인사 불개입은 좋았지만 개혁방향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했다" 고 아쉬워했다.

여권 핵심부는 부실 은행장 유임자체도 문제지만 향후 개혁성공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이는 "은행장 인사의 실망스런 결과가 앞으로 정부투자기관.공무원 인사에 파급될 우려가 있다" (林采正의원) 는 말에서도 확연히 엿볼 수 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비리부패인사들의 4단계 행동유형을 소개했다.

대통령 선거 뒤 이민을 가야겠다는 1단계, 엎드려 기다려보자는 2단계, 살아남기 위한 로비를 벌이는 3단계, 라이벌이 될 만한 개혁적 인사를 음해모략하는 4단계 등. 지금은 4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 林의원의 주장이다.

안동선 (安東善) 부총재는 "정권초기부터 강력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정책으로 가야한다" 면서 "자율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득권 세력이 득세할 틈을 보여서는 안된다" 고 강조했다.

이날 간부회의는 그러나 은행장 인선결과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렇다 해도 은행장 선출 시스템은 조만간 개편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원길 (金元吉) 정책위의장은 "우려했던 대로 현 은행주인들이 대리권을 남용해 부작용이 일어난 것 같다" 며 "현 제도에서는 현 행장이 인사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한편 최근 유임된 은행장들이 앞으로 어떤 거취를 취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지만 권력 핵심부에서 못마땅한 평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은행장들이 자리를 온전히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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