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해 안가는 LG의 판정피해자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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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당할 만큼 당했으니 이제부턴 우리도 막가겠다.”

지난달 28일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잠실체육관 한국농구연맹 (KBL) 사무국을 찾았던 LG농구단 관계자가 “보도돼도 괜찮다” 며 내뱉은 '위협발언' 이다.

그동안 심판판정 때문에 억울한 손해를 많이 봤으므로 정규리그 2위가 거의 굳어진 이제부터는 거리낌없이 파울도 하고 항의를 일삼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신생팀답지 않은 인상적인 경기를 펼쳐 팬들로부터 호감을 샀던 LG구단 관계자의 이 발언은 현재 프로농구가 지닌 문제점과 각 팀 프런트의 의식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승리 지상주의에 젖은 각 팀 프런트들이 프로농구의 질서 유지나 팬들에 대한 의무감은 망각한 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구단 이기주의' 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뒤집어 보자. 창원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경기에서 방문팀들이 심판판정에 강한 불만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LG가 판정시비의 피해자임을 주장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LG는 가장 자주 판정시비를 벌였던 팀이다.

KBL에 납부한 벌금만 지난달 28일 현재 4백20만원으로 10개 구단중 가장 많다.

이런 팀이 "그동안 당한 만큼 남은 경기에서 보복하겠다" 니 실로 어처구니없다.

LG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말썽꾸러기 구단으로 낙인찍힌다면 '정도 경영' '사랑해요 LG' 라는 카피로 호소해온 구단의 좋은 인상은 간 곳없이 사라질 것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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