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금리로 돈 옮기기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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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IMF한파로 인해 가계.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의 활동이 위축되고 기업도산 증가, 실업자 증대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고금리추세가 지속됨에 따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유례없이 자금의 이동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자금이동의 원인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실직이나 불황에 따른 생계비나 영업자금의 필요등 자금의 실수요 증가를 들 수 있다.

둘째로는 부실화된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예금의 적시인출 불능의 우려감을 들 수 있으며, 셋째 이유로는 보다 높은 수익실현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세가지 이유로 인한 개별 경제주체에 의한 자금의 인출이나 금융기관간의 자금이동은 그 동기로 볼 때 지극히 이성적이며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이런 행동을 통해 그들이 과연 의도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며, 또한 어느 정도 달성한다 하더라도 복잡다양한 여러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과연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은 보험상품의 경우를 예로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보험상품을 만기 이전에 해약할 경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인연금계약의 경우 만기 이전에 해약할 경우 해약공제금 및 과거에 감면받았던 세금의 추징 등으로 인해 해약의 불이익이 크다.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타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으로 전환하여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 근거로 우선 금리수준을 들 수 있는데 과거보다 월등히 높은 현재의 단기 금융상품의 고금리 추세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비정상적인 고금리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향후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혹 고금리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과연 자금 이체로 실익을 얻을수 있느냐 하는 점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고금리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판단하여 보험계약을 해약하는 경우는 타금융상품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보험상품을 만기까지 유지할 경우의 수익을 비교해 봐야한다.

분석해 보면 연수익율이 13.3%인 7년만기 저축성 상품을 3년 이후에 해약하는 경우는 타금융상품에서 나머지 4년동안 년 평균 25% 정도의 수익을 올려야 승산이 있는데, 요즈음처럼 일시적으로는 이 정도의 수익시현은 가능할지 몰라도 향후 지속적으로 이런 수준의 수익을 얻을수 있을지는 의문시 된다.

실업이 증가하고 실질소득이 감소되는 현재의 암울한 경제환경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에 개인의 금융자산 재조정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이해득실을 면밀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근창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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